윤석열 대통령의 그제 외교안보라인 개편 인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새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하고 신원식 국방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옮기는 ‘돌려막기’ 인사인데, 갑작스러운 인사 발표 배경에 대한 설명부터 석연찮다. 특히 외교와 국방을 아우르는 안보실장을 외교관 출신에서 군 출신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선 정부 안에서조차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최측근 군 출신 인사를 국방장관에 기용하면서 외교부 출신 안보실장이 튕겨 나간 모양새다. 잘 아는 사람, 같이 일해본 사람을 중용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드러낸 대목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깜짝 발표부터 허술한 후속 조치 등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후임 경호처장은 발표되지 않았고 급조된 특보의 역할도 불분명하다. 또 당분간 국방장관이 안보실장까지 겸직한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안보실장, 세 번째 국방장관 인사인 데다 각각 7개월, 10개월 만에 급거 교체됐는데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그러니 일각에선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한 것이고 문책성 인사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 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이래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을 해왔고 여름휴가 중 숙고를 마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세 변화의 분기점이 될 미국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과연 이 시기에 ‘외교보다 국방을 우선’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누가 당선돼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그 변화의 여파, 특히 한미 동맹에 미칠 불확실성은 클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로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북한 도발에 맞서 강경 대응을 주도해온 군 출신 안보실장이 민첩하고 유능한 외교적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과거 ‘입틀막’ 과잉 경호 같은 논란을 산 인물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분야보다도 안정적이어야 할 외교안보라인 인사인데, 너무 잦은 교체에다 그 이유조차 아리송하다면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