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번째 안보실장, 3번째 국방장관… 아리송한 돌려막기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23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그제 외교안보라인 개편 인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새 국방부 장관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하고 신원식 국방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옮기는 ‘돌려막기’ 인사인데, 갑작스러운 인사 발표 배경에 대한 설명부터 석연찮다. 특히 외교와 국방을 아우르는 안보실장을 외교관 출신에서 군 출신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선 정부 안에서조차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최측근 군 출신 인사를 국방장관에 기용하면서 외교부 출신 안보실장이 튕겨 나간 모양새다. 잘 아는 사람, 같이 일해본 사람을 중용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드러낸 대목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깜짝 발표부터 허술한 후속 조치 등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후임 경호처장은 발표되지 않았고 급조된 특보의 역할도 불분명하다. 또 당분간 국방장관이 안보실장까지 겸직한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안보실장, 세 번째 국방장관 인사인 데다 각각 7개월, 10개월 만에 급거 교체됐는데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그러니 일각에선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한 것이고 문책성 인사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 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이래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을 해왔고 여름휴가 중 숙고를 마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세 변화의 분기점이 될 미국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과연 이 시기에 ‘외교보다 국방을 우선’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누가 당선돼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그 변화의 여파, 특히 한미 동맹에 미칠 불확실성은 클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로선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북한 도발에 맞서 강경 대응을 주도해온 군 출신 안보실장이 민첩하고 유능한 외교적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과거 ‘입틀막’ 과잉 경호 같은 논란을 산 인물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분야보다도 안정적이어야 할 외교안보라인 인사인데, 너무 잦은 교체에다 그 이유조차 아리송하다면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안보실장#국방장관#돌려막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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