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이 심각한 대학이 교수 연봉을 동결하면서 ‘투잡’을 뛰는 생계형 교수가 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심사·평가위원회 위원이나 외부 강연, 사외 이사, 창업 등 부업을 통해 연봉을 벌충한다는 것이다. 마땅히 연봉을 올려줄 방법이 없는 대학은 본업보다 부업을 열심히 해도 묵인하는 분위기다. 교수는 ‘평가 품팔이’ ‘기업 거수기’라고 자조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봉이 삭감돼 도리가 없다고 한다. 턱없는 처우로 신규 교수 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직 교수조차 ‘투잡’으로 수업과 연구에 소홀하다면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지난해 사립대학 190곳의 등록금 수입에서 인건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 재정통계 연보’에 따르면 사립대 1곳당 등록금 수입은 평균 516억 원인데 이 중 416억 원을 교수, 교직원 등의 인건비로 썼다.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며 사립대는 호봉 승급분을 빼면 급여를 한 푼도 못 올려준 대학이 많다. 그런데도 인건비가 버거울 만큼 대학 재정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대학은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채우기 위해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재정지원 사업 계획서를 내기 위해 교수들이 동원돼 2, 3개월씩 준비를 하고 교수 평가 기준에 정부 사업에 대한 지원서 제출 횟수를 포함한 대학도 있다. 이런 소모적인 경쟁 속에 교수는 정작 수업과 연구에는 소홀해진다. 국내 4년제 대학의 저술 실적은 지난해 4567편으로 2018년(5686편)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없는 살림에 돈을 버는 데 급급해 학문적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정비인 인건비 비중이 높으니 대학은 학생 교육, 연구 활동 투자부터 줄인다. 교수는 ‘투잡’을 뛰고 정부 사업을 수주하느라 역량이 분산되니 수업과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대학이 창의적 연구는 시도할 수도 없고, 미래 세대 육성에도 소홀하다면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가 과감히 대학에 등록금 자율권을 돌려줘야 한다. 재정난에 신음하는 대학이 정부 재정 지원으로 연명하다가 경쟁력이 추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젠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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