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방학은 학습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놀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방학 기간에도 아동들이 학원과 과외 수업에 몰두하며 놀이 시간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2024년 아동행복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권장 시간 대비 과소 수면에 해당하는 아동들은 18.8%, 과다 공부에 해당하는 아동들은 6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 자면서도 오래 공부하는 등 권장 시간 대비 불균형한 하루를 보내는 아동이 늘어났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양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아동기의 일생생활 시간의 불균형 정도가 높은 아동일수록 공통적으로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공부 압박과 사교육 부담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참으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결과다. 아동, 청소년기에는 배우는 것만큼이나 푹 자고,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뛰어놀 시간이 필요하다. 놀이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아동의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건강해지고, 또래 간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또한 놀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놀이와 여가 활동의 중요성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모든 아동은 적절한 휴식과 여가 생활을 즐기며,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2023년부터 아동권리보장원에서도 민관 전문가들로 ‘아동놀이·여가문화활성화자문단’을 조직하고, 전 연령의 아동과 청소년, 학교 밖 아동, 장애 아동의 통합 놀이터 등 다양한 아동 집단의 놀이 및 여가 활동 권리를 옹호하는 포괄적인 놀 권리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포괄적인 정책 접근은 기존의 초등학생 중심의 놀이 정책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더욱 부합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는 외연을 넓히고,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권리라는 개념에는 옹호의 책무가 포함되며, 이러한 책무가 실천으로 구체화될 때는 아동이 처한 상황과 맥락이 작용하기 때문에 포괄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지역사회 인프라가 취약한 소외계층 아동들에게는 이번 여름방학의 문화, 예술 공연 등 문화 체험 제공이 중요한 권리 옹호적 실천일 수 있다. 또한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사교육에 지친 아동들에게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과 휴식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옹호적 실천이 된다. 집에서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아동들에게 즐겁고, 안전한 돌봄 놀이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옹호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가정에서 부모가 먼저 ‘권리의 주체’로서 아동을 존중하는 실천을 해보자. 앞으로는 방학에 무엇을 하고 놀고 싶은지 놀이 계획부터 세우도록 아동에게 질문하는 것은 어떨까. 공부도 놀이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최일선 아동 권리 옹호 실천이다. 모든 아동이 행복한 방학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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