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빌딩, 스마트팜 식당… 기후위기에 힘 합치는 식품과 건축[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4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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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수요 해결하면서도 토지 사용 최소화한 양돈 빌딩
바다 위 ‘부유식 젖소농장’과 수직농업-수경재배 스마트팜 등
극한기후 속 안정적 식품 공급 대안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농축산업과 건축의 접목

역사적으로 건축과 음식은 인류가 가축과 작물을 기르고 식량을 저장하고 음식을 만드는 행위와 그 궤를 함께했다. 가축과 작물을 가두거나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는 행위는 파크(park)와 정원의 시초가 되었고, 축사와 저장고는 집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보관하는 금고였으며, 조리 행위는 불과 함께 집의 중심이었다. 또한 마을의 식당과 카페는 역사적으로 지역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었다.》

음식과 건축은 놀랄 만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후와 지리는 작물과 가축이 자라는 바탕이 된다. 건축도 기후와 지리에 따라 건조한 지역에서는 흙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습한 지역은 땅에서 건물 바닥을 최대한 올려 짓는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지붕의 경사가 급하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은 처마의 형태가 발달했다. 지역마다 식문화가 다르듯 지역의 생활문화는 고유한 지역 건축문화를 형성한다. 지역의 종교와 관습은 식재료의 선택과 조리 과정, 식사 공간에 영향을 주고, 건축 역시 종교와 관습에 따라 방의 구별이나 향에 따른 배치, 공간의 위계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음식과 건축은 각 지역의 역사, 기후, 지리, 문화, 종교 등에 따라 수많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장 지역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음식과 건축은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도 하다. 기후, 경제, 정치, 인구, 문화 등으로 세계가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것 중 하나가 음식과 건축이다. 기후 위기는 생산되는 작물의 지형도를 바꾸어 수백 년간 이어온 일부 어업과 농업이 소멸했고 동시에 새로운 작물의 수확으로 지역의 음식과 건축을 바꾸고 있다. 한편 일부 국가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 빈곤과 주택난에 처한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 같은 일부 국가는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전통적인 농업과 농촌이 붕괴하고 농촌에서는 빈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노동력의 불균형과 정치의 불안은 이민으로 이어져 기존 문화에 새로운 문화가 접목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폭염과 혹한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채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수직농업, 수경재배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건축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물 사용량을 줄인 스마트팜 수경재배 시설(위쪽 사진)과 식당에 설치된 가구형 스마트팜.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폭염과 혹한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채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수직농업, 수경재배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건축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물 사용량을 줄인 스마트팜 수경재배 시설(위쪽 사진)과 식당에 설치된 가구형 스마트팜.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18세기 산업사회 이후 급변했던 음식과 건축은 현재 기후 위기와 국가 간의 식량문제로 인해 새로운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의 건축회사 MVRDV는 토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에 양돈을 위한 고층빌딩을 제안했었다. 이 건물은 격자형의 방에 자동화된 먹이 공급과 청소 메커니즘이 통합되어 있으며 햇빛과 통풍, 높은 층고를 통해 충분한 사육환경을 조성했다. 건물 외부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건물과 도시경관 사이에 완충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중국은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중국 후베이성에는 한 층의 면적이 약 4200평(200m×70m)인 26층의 건물을 지어 최대 120만 마리를 수용한다. 이 건물은 일반 양돈 면적보다 약 400배가 적은 부지를 사용하면서 생산과 유통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빌딩을 동물복지와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건축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 반성과 접근이 필요하다. 요즘 단백질 배양이나 식물과 해조류를 사용해서 만든 대체육을 통해 효율과 환경, 가축 생명에 대한 다양한 노력 등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된 농축산업과 어업은 일부 국가에서는 주된 수출 항목이고 다양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지만 기존 지역의 농축산업, 생태, 식문화의 단절 등의 부작용도 크다. 요즘 지역의 산업과 생태를 연계하는 지역농업을 통해 틈새를 메우는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의 폐쇄된 작은 항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젖소농장은 인근 축구경기장의 잔디와 주변 감자 식료품 공장의 감자 껍질을 사료로 사용하여 40여 마리의 젖소를 상층부에 기르고 아래층에서 바로 과일 요거트를 만들어 인근 주민에게 공급한다. 이 부유식 농장은 동물복지와 환경,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노후화된 도시 산업, 유통에 대한 새로운 사례가 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과 홍수, 폭염과 혹한은 노지에서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것의 해결책으로 채소의 안정적 도시 공급을 위해 수직농업, 수경재배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건축은 전 세계적 추세이다. 식당에서도 가구 형태의 스마트팜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통해 신선함과 안정성을 도모하는 곳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하 주차장, 옥상 등 다양한 도시 공간에 스마트팜과 도시 농업이 접목되고 있다. 도시 농업은 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으며 도시 농업과 시장, 식당들의 연계는 활력 있는 도시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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