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1년, 한미일 협의체가 갈 길[기고/김재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5일 22시 48분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8월 18일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회담 후 발족한 3국 안보협의체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신냉전은 진영(鎭營)화를 가속화하고 있었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멋대로 고쳐 쓰려는 수정(修正)주의 국가 진영은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는 자유주의 국가 진영에 큰 도전을 가하고 있었다. 이제 한미일 자유주의 3국은 북-중-러 수정주의 진영의 도전으로부터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기제를 갖추게 되었다.

진영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러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고, 북한도 수정주의 진영의 앞잡이 역할을 자임해 수행하고 있다. 김정은은 2023년 방러 중 한미일을 “악의 무리”로 규정하고 “징벌하여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러는 대놓고 두둔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이제 북-중-러의 핵위협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중-러의 한반도로의 세력권 확장 시도를 저지할 중요한 기제를 확보하게 되었다.

자유주의 진영은 기존의 동맹 외에도 쿼드(QUAD)나 오커스(AUKUS)와 같은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를 구성해 이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승수효과를 발휘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유주의 국가의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중추로 작용할 것이고, 한국 역시 주도적 역할을 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인도태평양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토대와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향후 관건은 지속성 확보 여부다. 3국은 지속성 확보를 위해 협력의 ‘제도화’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협력을 제도화하면 3국 협의체는 국내 정치적인 변화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외교 안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매우 다른 관점을 가진 정치인이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될 경우, 아무리 제도화가 잘된 외교적 합의라도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역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제도화된 외교적 합의와 협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는 제도화가 지속성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다행히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계속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외교 안보 정책 최측근으로 알려진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안보보좌관은 “3국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뿌린 씨앗 때문에 가능했다”는 입장이고, “한미일은 가장 강력한 대중 대항마”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3국 정상회담은 계속될 것이라 단언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역시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한일관계다. 취약한 한일관계는 그동안 한미일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23년 초 한국 정부의 과감한 결단으로 한일관계는 일단 복원의 추동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3국 안보협의체를 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보다 견고한 국민적 지지가 한일 모두에 절실한 시점이다.
#캠프 데이비드#정상회의#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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