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전체에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자유 통일’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밝혔다. 그러면서 세 가지 과제로 국민의 가치관 확립, 북한 주민의 변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8·15 통일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이번 경축식은 이른바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야당, 국회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고,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제 식민지배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50차례나 언급하며 ‘자유의 확장 또는 북진’이라는 통일의 이념적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통일 독트린이 그간 남북관계에 국한됐던 통일 논의를 국내와 국외로 확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7대 추진 방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내 사상전과 대북 심리전, 국제 여론전이라 할 만한 내용들이다. 북한의 대남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맞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전방위 대북 압박전략, 나아가 북한 정권 붕괴론에 기초한 흡수통일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이처럼 ‘자유 통일’이라는 이념적 선명성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 정부의 현실적인 대화 상대여야 할 북한 정권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략은 사실상 전무했다. 7대 방안 중엔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도 포함됐지만, 생뚱맞게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워 넣은 모양새였다. 재작년의 ‘담대한 구상’이 그저 일방적 선언에 그쳤던 것처럼 이번 대화 제안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일회성 이벤트용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통일 독트린은 ‘반쪽’으로 치러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표됐다. 그 자리에서 나온 통일의 이념적 이분법은 우리 사회 내부의 국론 분열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관 확립을 위해 ‘사이비 지식인’ ‘검은 선동세력’에 맞선 투쟁을 역설했는데, 야당은 야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 통합의 자리여야 할 광복절인데, 순국선열에게 거듭거듭 갈라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만 내보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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