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묻지마 통신조회, 국민은 통제법을 묻는다[오늘과 내일/차진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5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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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대 정보화사회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가 힘이 되는 시대에 온갖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일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심지어 법원에서까지도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된 바 있다.


너무 광범위한 檢 통신이용자 정보 취득

개인정보가 가장 쉽게 노출되는 취약점 중의 하나가 통신정보다. 예부터 도·감청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예민하게 대두되었고, 정보통신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통신정보의 유출이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아졌다. 통신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불안도 매우 크다.

이에 따라 통신정보는 건강정보나 금융정보 등에 못지않은 민감한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이 민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3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가 언론사찰 논란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통신자료 취득 조항에 대해 사후 통지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도 개정되었지만, 최근 검찰의 야당 정치인, 언론인 통신조회로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당시 공수처도, 현재의 검찰도 법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 이를 불법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재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이 통신 내용 이외의 통신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취득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이용자정보의 취득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취득은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하지만, 통신이용자정보의 취득은 이른바 임의수사라서 법원의 허가가 없어도 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들 정보 간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 그 취득 절차가 다른지도 납득하지 못한다. 대다수 국민이 느끼기에 통신의 상대방, 일시, 장소 등과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달리,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과 같은 통신이용자정보는 왜 정보 주체의 동의를 건너뛰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임의로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게 하는지 공감하기 어렵다. 통신이용자정보는 결국 통신사실확인자료나 통신의 내용에 접근하는 열쇠가 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취득은 강제수사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고, 통신이용자정보의 취득은 임의수사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면, 수사기관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이 점은 수사기관의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정보 취득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정보 취득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서도 확인된다.

문제는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이들 정보 간 민감성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수사기관이 내 통신이용자정보까지 건드렸는가? 수사기관은 죄지은 것 없으면 걱정할 것 없다고, 취득한 정보는 안전하게 관리되니 안심하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빅 브러더의 출현을 두려워하고 있는 국민들은 국가가 내 개인정보를 나 모르게 쉽게 접근하는 것 자체를 불안해한다. 물론 수사상 꼭 필요한 경우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취득은 지나치게 방대하고 광범위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불신을 사고 있다. 그러면 수사기관 스스로 통신이용자정보 취득을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자제할 수 있는가? 수사의 효율성을 앞세우는 수사기관의 속성상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법원 영장 등 통제 있어야 국민 불안 해소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허가(영장)와 같은 외부적 통제가, 수사의 효율성을 일부 약화시키더라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나 검찰의 광범위한 통신이용자정보 취득뿐만 아니라, 이를 이원화된 체계로 합법화한 국회, 그 문제점을 간과한 헌법재판소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통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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