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갑자기 확 늙는 나이 44세, 60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6일 23시 21분


코멘트

사람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늙어가지 않는다. 바다에 파도가 몰아치듯 특정 시기에 확 늙는다. ‘가속 노화’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노화가 갑자기 빨라지는 두 분기점을 특정했다. 44세와 60세. 20∼70대 108명을 7년간 관찰했더니 ‘예전 같지 않은 몸’이 눈에 띄게 현실화되는 나이가 바로 그때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 노화가 특히 빠른 건 몸속 단백질 변화 같은 생물학적 원인 못지않게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40대 중반은 직장에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가장 몸 바쳐 일하는 시기다. 조직 내 중간관리자로서 제법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이때다. 자녀 교육, 노부모 건강 등 신경 쓸 일도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 그 자체도 해롭지만, 쌓인 긴장을 풀기 위해 술 담배에 더 의존하기 쉽다. 40대부터는 알코올과 카페인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대사 능력이 감소하는데 섭취량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나면 사람이 폭삭 늙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젊은 노화’를 촉진하는 유혹들도 많다. 노화의 4대 주범이 운동 부족, 기름진 식단, 술, 담배라고 하는데, 일에 지친 40대들에겐 운동보다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가 더 달콤하다. 균형 잡힌 식단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다 보니 배달 음식이란 손쉬운 대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30대 중반부터는 당뇨 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단백질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기에 안 좋은 습관까지 겹친 탓인지 요즘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50%가 넘는다.

▷60세 가속 노화의 원인은 40대와 정반대인 측면이 있다. 은퇴나 정년퇴직 등으로 몸의 긴장이 갑자기 느슨해지는 게 문제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있을 땐 잠을 잘 자다가 출근을 안 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사람 만날 일이 줄면 거울을 덜 보게 되고 자연히 피부 등 외모 관리에 소홀해진다.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봤는데 1, 2년 새 부쩍 늙은 것 같다’는 반응을 흔히 접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60대부터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데에는 일상이 불규칙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저항력이 낮아진 탓도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인 요즘, 60세 생일을 기념하는 환갑은 의미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60세는 여전히 삶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기존의 환갑이 지금껏 살아 있는 걸 축하한다는 의미였다면, 지금의 환갑은 ‘유병장수’ 시대에 대비해 천천히 늙어가도록 건강을 바짝 챙기자고 응원하는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 ‘급노화’가 찾아올 수도 있는 환갑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아직 건강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몸을 돌보자는 다짐이 필요할 것 같다.

#가속 노화#젊은 노화#100세 시대#급노화#44세#60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