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3개월 동안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된 공직 후보자는 모두 61명이다. 16일 임명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자리에 앉은 26번째 공직자가 됐다. 인사청문 대상 10명 중 4명 이상은 거대 야당의 반대에 개의치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는 뜻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검증 강화라는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2000년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을 대상으로 시작된 인사청문회가 장관급으로 대폭 확대된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이기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아들 부정입학 의혹 등으로 전격 사퇴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를 실시하자’고 공세적인 제안을 했고, 야당도 호응하면서 법제화됐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회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총 30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 전 대통령 임기 중에 청문보고서가 아예 채택되지 않았거나 여당이 단독 채택했는데도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는 34명에 이른다. 야당이 임명에 반대하고 대통령은 무시하는 패턴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라고 야당 탓을 했지만, 인사 실패란 지적도 많았다. 정부 스스로 정한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 ‘7대 인사검증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후보가 한둘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 역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첫 조각에서부터 ‘만취 운전’ 전력이 있는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했다. 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골프를 친 합참의장 후보자도 임명했고, 하마평이 나올 때부터 야당에서 강하게 반대한 인물도 지명과 임명을 밀어붙였다.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는 왜 하느냐’는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커지는 지경이 됐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는 등 순기능이 더 큰 제도다. 청문회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일차적 책임은 야당도 수긍할 만한 후보자를 찾아내지 못한 대통령실에 있다. 여야 청문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적합한 후보자를 내면 야당도 무조건 반대할 수 없다. 이런 후보자들을 계속 발굴하면 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일도, 인사를 놓고 대통령과 국회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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