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히라야마가 조카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다. 영화는 그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 준다. 아침에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고 화초를 돌본다. 일터에 나가 정성을 다한다. ‘화장실 청소를 저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를 보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퇴직 이후에도 언제나 정갈했다. 변함없이 동이 틀 무렵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고 양치를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면도를 했다. 아침 식사를 한 뒤에는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었다. 그러고는 마당에 나가 철쭉이나 무화과나무를 살피며 정원을 돌보고 한참을 머물렀다. “정민아, 마당에 나와서 앉아 보렴. 얼마나 예쁘냐.” 당시는 일에 쫓기듯이 살던 시절, 나는 아버지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도, 마당의 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과거는 불투명하다. 영화는 그의 젊은 날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불안과 공포에 가득 찬 꿈을 통해 막연히 무언가를 그려낼 뿐 청년 히라야마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나도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다. 6·25전쟁 때 평양에서 내려왔고 혼자 공부하고 생활하느라 큰 고생을 했던 아버지, 집에 쌀이 떨어지자 새엄마는 어린 아빠에게 집을 나가달라 했다고 한다. 사람은 받은 만큼 베푼다고들 하지만 아버지는 받아 본 적도 없는 사랑을 베풀며 가족을 가장 소중히 여겼다. “정민아, 일등을 하려면 얼마나 힘드니. 누군가 뒤쫓는 사람들이 있어서 늘 긴장해야 하잖아. 인생은 일등 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사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이것까지만 해내고 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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