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 대표에 올랐다. 민주당계 정당에서 대표 연임은 여당 총재를 겸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24년 만이다. 이 대표는 최종 득표율 85.40%를 얻어 김두관 후보(12.12%)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기록한 역대 민주당계 정당 경선 사상 최고 득표율(77.7%)을 경신한 것이다. 최고위원에는 김민석 전현희 김병주 한준호 이언주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가 포진했다.
이 대표의 압도적 득표율이 말해주듯 이번 대표 경선은 민주당 안에 과연 이 대표 비토 세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선거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대명’(90% 지지율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에 반전 없는 뻔한 결말로 끝났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대거 공천 탈락으로 드러난 ‘이재명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통과의례였을 뿐이다. 과거의 총재, 제왕적 당 대표 시절보다 심한 ‘이재명 일극 체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최고위원 경선은 ‘친명 마케팅’ 경연장이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너도나도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가 하면 이 대표 지지 세력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강경한 대여 투쟁을 외쳤다. 선거 초반 고전하던 후보가 이 대표의 지원 아래 1위로 올라서고, 당선이 유력하던 후보가 이른바 ‘명팔이 척결’을 외친 뒤 역풍을 맞아 탈락하는가 하면, 당선권 밖에 있던 후보가 극단적인 막말을 한 뒤 순위가 급등하면서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니 전당대회가 ‘개딸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늘 치열한 내부 노선 투쟁으로 시끄러웠지만 그 다양성과 민주성은 개혁을 위한 원동력이자 당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이 대표에게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가 가능하게 만들고 이 대표의 정책 구호 ‘기본사회’를 당 강령 전문에 명시한 것은 개인을 위한 ‘사당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가 흥행은커녕 당원의 참여율마저 저조한 맥 빠진 집안 행사가 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당내 압도적 지지 속에서 출범하는 ‘이재명 2기’의 숙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확실한 수권정당으로,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듬직한 국민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내부 목소리마저 평정한 이 대표다. 이제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그간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 이제부턴 외연을 어떻게 넓힐지가 관건이다. 목소리 큰 지지층보다 다수 국민의 낮은 목소리, 민심의 절박한 한숨 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투쟁이 아닌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지층을 설득할 단단한 힘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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