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를 메우는 과정에서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2500억 원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수입이 부족해지자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연 4.04%의 이자로 2500억 원을 차입한 것이다. 이달 말부터 진행되는 국회의 ‘2023 회계연도 결산안 심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들을 지적했다.
정부는 우체국보험특별회계법상 국가가 보험 적립금을 통해 대출받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민주당은 예산총칙에 차입 가능 출처로 명시돼 있지 않아 ‘위법 차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체국보험 적립금은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적립금 운용 수익으로 조성된다. 법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민간 재원에 가까운 우체국보험 적립금을 변칙 활용했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꼼수’를 동원해 세수 결손에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 중 20조 원을 세수 펑크를 메우는 데 끌어 썼다. 올 상반기엔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급전이 91조 원이 넘는다. 한은 대출은 정부가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울 때 활용하는 임시 수단인데, 세수 펑크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상시적인 자금 조달 창구로 변질된 모습이다.
나랏빚이 1100조 원을 돌파하고 연간 국채 이자로만 25조 원가량을 쓰는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을 피하려는 고육지책들이겠지만, 정상적인 재정 운용으로 보기 힘들다. 올해도 상반기 세수 부족분이 벌써 10조 원에 달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확실시된다. 변칙과 편법으로 세수 구멍을 메우는 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재정 리스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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