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아직 왕이 존재하는 국가입니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왕의 권위는 여전히 막강합니다. 1932년부터 무려 19차례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모두 사후 국왕의 승인을 거쳤을 정도입니다. 이런 국왕의 권위와 군부의 잦은 쿠데타가 오늘의 불안정한 태국 정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태국에서 역대 최연소 총리가 나왔습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2001∼2006년 재임)의 딸 패통탄 친나왓(38·사진)입니다. 탁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친농민·친노동자 정책으로 북동부 지역 농민과 빈민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패 혐의와 권력 남용 등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었고, 2006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군사 쿠데타로 축출됐습니다.
이후 탁신 전 총리는 망명 생활을 시작했는데 2011년 여동생 잉락 친나왓이 총리가 되면서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잉락 전 총리 역시 2014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잃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탁신 전 총리는 태국의 정치적 분열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패통탄 총리 역시 2021년 아버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프아타이당 고문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정치에 발을 디뎠습니다. 지난해 5월 태국 총선에선 만삭의 몸으로 선거를 이끌며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이후 도시 빈민층과 농민 등 친탁신계의 지지를 얻으며 차기 총리 후보가 됐습니다.
패통탄 총리는 대내외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모부인 솜차이 웡사왓이 2008년 잠시 총리직을 맡았던 것까지 포함하면 친나왓 가문에서 네 명의 총리가 나온 셈입니다. 외국 언론들이 ‘태국판 케네디가’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패통탄 총리 앞에는 산더미 같은 숙제가 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왕을 지지하는 세력과 군부가 언제든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이달 7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왕실모독죄 개정은 체제 전복 시도’라는 이유로 제1당인 전진당을 강제 해산하고 일주일 뒤 현직 총리까지 해임했는데 이후 현재까지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국의 이 같은 정치 상황을 패통탄 총리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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