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대銀 대출금리 20차례 줄인상… 집값은 못 잡고 시장 왜곡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9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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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시중은행들이 경쟁하듯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올렸거나 올릴 계획인 횟수를 합치면 20차례나 된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 부채를 관리하려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시장금리가 내려가는데 대출금리를 억지로 높이려다 보니 가산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달 3일 이후 벌써 5번째다. 신한은행도 이르면 21일에 지난달 이후 6번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에 이어 22일부터 대출 감면 금리를 다시 축소해 사실상 금리를 높일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이후 5차례, 농협은 2차례 금리를 높였다. 최근 코픽스, 금융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움직임이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 대출금리가 오르는 역주행을 초래한 건 사실 정부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초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대출을 관리하라고 엄포를 놓고 현장 점검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애초에 집값이 들썩이고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탓이 컸다. 정부는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며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저금리 정책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대출 한도를 조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미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선 금리를 올리라고 은행들을 다그치는 것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은 서민들의 피해만 키웠다. 예금금리는 계속 내려가는데 대출을 할 때는 시장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집값과 가계빚을 잡지도 못하고 시장만 왜곡시켰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보름도 안 돼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조1800억 원이 더 불었다.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같은 근본 대책은 도외시하고 그때그때 금리에 개입해 해결하려는 땜질식 관치(官治)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대출금리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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