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도요타 품질 신화, 타산지석 삼아야[기고/최성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0일 22시 51분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거듭된 도요타 차의 품질 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요타는 작년 한 해 1003만 대를 제조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로서 글로벌 판매량 세계 1위다. 그런데 도요타 7개 차종이 국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 차는 잇따른 품질 인증 부정과 중국 시장 판매 부진으로 올해 글로벌 생산량 목표를 1030만 대에서 980만 대로 줄이기로 했는데 4년 만에 단행한 생산 축소다.

도요타는 2010년 ‘가속페달 결함 사태’로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13년 만인 2023년에는 30년간 174건의 성능 조작을 벌인 사건이 터지더니 올해 6월 두 차례나 ‘허위 품질 인증 사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올바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조·판매’한 데에 대해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사과했고, 이어 18일에는 사토 고지 도요타 CEO가 주총에서 부정 행위에 대해 사죄와 함께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이은 도요타의 품질경영상 문제 발생은 ‘품질 신화 도요타’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품질경영 자체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베스트셀러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기업은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품질 대가 필립 크로스비 박사는 기업 이익 원천은 품질 관리이며, 품질이 새로운 시장 진입과 확보의 전제조건이 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기업만이 존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도요타의 연이은 품질 사태를 통해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도요타 품질 사태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일시적 판매 증가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당면한 리스크로 여겨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2016년에 현대차는 국내 생산보다 해외 생산량을 급격히 늘린 후유증으로 리콜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한국 수출의 대종을 이루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작년 약 730만 대로 2년 연속 세계 3위를 차지했던 것도 비용보다는 고객 신뢰에 우선 가치를 두어 최상의 품질을 실현한 노력의 결과다. 자신감과 진정성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에 성공한 현대차·기아는 100년 역사의 독일·미국·일본 자동차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 50년이 걸렸다. 향후 50년은 중국 자동차 기업과의 승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부는 오직 연구개발(R&D)과 품질에 달려 있다. 철저한 품질 의식 제고와 품질경영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품질 중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 내 품질경영 교육 시스템을 확립,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품질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산업 현장에서 경영관리자와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품질 관리는 일부 전문가나 특수 부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하는 것이다. ‘품질 없이는 대한민국 미래 없다’(2006년) 책을 추천한다. 전사적 차원에서 품질경영 운동의 전개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품질 관리 교육의 효과적인 지침서로 적합하다.

우리 제조기업들은 효과적인 품질경영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고 지속적인 품질경영 실천 노력을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품질이 기업 이익의 원천’임을 깊이 인식하고, 품질의 개선·혁신을 지향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도요타 같은 신뢰 추락을 피할 수 있다.

#도요타#리콜#품질#자동차#수출#현대#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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