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공수처 7개월 ‘핑퐁’에 붕 뜬 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0일 23시 25분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 처리를 둘러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의 갈등으로 7개월 동안 처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과 공수처는 지난달 중순 업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공수처가 기소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공수처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공수처는 건설 분야 등의 감사를 담당하던 감사원 3급 간부가 건설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수사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이후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검찰은 올 1월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서류와 증거물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이후 이 사건은 두 기관 사이에서 공중에 붕 뜬 채 방치되고 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다. 다른 고위 공직자 범죄는 공수처에서는 수사만 하고 기소 여부는 검찰이 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넘긴 사건의 수사가 미흡하다고 검찰이 판단했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양측은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경찰처럼 공수처에도 사건을 이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공수처는 필요하면 검찰 스스로 보완 수사를 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송부할 때마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

이전에도 공수처장의 판단에 따라 공수처가 검찰에 수사를 이첩한 판검사 관련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가져와 기소하는 게 가능한지, 검찰이 고위 공직자 비위를 인지하면 어느 시점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두 기관이 수차례 충돌을 빚은 전례가 있다. 국민의 권리 보호 등과는 무관한 수사기관 간의 힘겨루기일 뿐이다. 검찰과 공수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대책을 찾든, 국회가 그동안 불거진 문제점들을 검토해 법을 개정하든 조속히 해법을 마련해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사설#공수처#감사원#간부#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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