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석 달도 안 남은 가운데 민주·공화 후보 간에 미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는 중국전략 2.0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하다.
탈냉전기 미국의 자유주의적 개입 정책은 이라크 등 중동에서 큰 실패를 맛본 후 대외 공약을 줄이고 동맹·파트너에 의존하는 축소, 즉 역외균형 전략으로 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나 조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도 지나친 해외 개입은 자제해 왔고, 민주·공화 후보 어느 쪽이 당선되든 이러한 대외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 문제에 과거보다 적게 개입하더라도 미국의 국력을 감안하면 개입 대상 지역이나 이슈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 특히 핵심 대상이 지속적으로 중국이라는 점에서 우리 외교가 장기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쟁-대립-협력의 3차원 복합정책을 펴오다 동맹·파트너들의 요청을 수용해 작년 초부터 협력 요소를 강화해 왔다. 대중전략의 핵심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지만, 이것이 무력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길이 베이징으로 이어졌고,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은 디리스킹(위험 축소)으로 완화되었으며, 양국 정상의 주기적인 통화와 회담도 계속되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중국에 대한 견제의 그물을 촘촘히 짜면서 현 기조를 유지하는 ‘롱 게임’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2기가 열리면 중국 견제의 강도가 민주당보다 훨씬 세질 것 같다. 양당의 입장 차는 최근 미 학계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지상 논쟁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이든 정책을 1970년대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처럼 안일하다고 비난하고, 데탕트 정책을 수정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본받아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중국과의 경쟁을 전면 대결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공화당 주장의 핵심이다. 중국이 러시아·이란·북한 등과 혼돈의 축(axis of chaos) 또는 전제의 축(axis of autocracies)을 형성해 글로벌 각지에서 이미 냉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이에 맞서 시진핑 국가주석 대체인물 모색, 권력의 근원인 공산당 약화, 궁극적으로 중국 내 새로운 발전·통치 모델의 정착을 추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입장은 민주당 측 지적대로 2000년대 이라크 등지에서 실패했던 ‘레짐 체인지’(체제 변경) 시도와 흡사해 보인다.
돌이켜보면 데탕트 기간 소련의 공격성이 증가했지만, 레이건 행정부가 고강도 대결 정책으로 전환한 1980년대에 소련이 후퇴하면서 결국 붕괴한 것이 역사적 흐름이긴 하다. 그러나, 대결이 첨예해질수록 무력충돌과 핵전쟁 위험성도 고조되었고, 인류가 살아남은 건 많은 부분 행운일지도 모른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우발 충돌 가능성도 증대된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전략 전환에 대비해 민주·공화 양측과 협의를 심화하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여를 더 넓혀 역내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며, 일본과 협의를 지속하고 러시아와의 현상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트럼프-김정은 간 소통이 재개되고 소외를 우려하는 중국이 북한에 재접근하는 상황을 우리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는 섬세한 전략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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