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 3회 유행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기고/정재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2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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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2022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총 5번의 대유행을 겪었고 올해 여름 6번째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이번 유행은 KP.3 변이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향후 9월 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

펜데믹 초기 코로나19는 미지의 감염병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매우 빠른 전파 능력, 높은 중증화율, 백신과 치료제 등 대응 수단의 부재로 우리는 강력한 사회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코로나19는 가장 많이 연구된 감염병으로 반복되는 유행의 특성과 대응 방법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립된 과학적 정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새로운 변이의 등장은 필연적이며 당분간 연간 2, 3회의 주기적 유행은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변이는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을 회피해 재감염을 유도하지만 면역이 제공하는 중증화와 사망 예방 효과는 유지돼 치명률은 관리 가능한 범위를 유지할 것이다.

두 번째, 우리나라 인구 대부분은 여러 차례에 걸친 백신 접종과 중복 감염으로 기초적인 면역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건강한 성인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사망의 위험은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코로나19는 연령에 비례한 위험을 가지며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와 당뇨병, 암 등 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저질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 백신 접종은 위에서 언급한 고위험군의 중증 및 사망 예방에 여전히 좋은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백신 접종 또는 감염으로부터 시간이 경과될수록 면역이 제공하는 감염과 중증화 예방 효과는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는 감염으로 인한 입원, 사망 등의 직접적인 피해에 더해 만성 코로나19 증후군과 같은 중장기적인 영향을 남긴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최대 6개월까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계 질환, 신경 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최대 수십 배 높아진다는 의학적 근거가 있다. 직접적인 피해보다 간접적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다행히 이러한 위험은 백신 접종과 적절한 경구용 치료제 복용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올여름 코로나19 재유행은 이번 주가 정점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의 최대 20%가 감염될 수 있고 의료기관과 고위험시설에 위험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몇 가지 의학적 당부를 드린다. 기침, 발열, 인후통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면 타인과 접촉을 자제하고 증상이 사라진 후 24시간까지는 자가 격리를 권고드린다. 고위험군인 경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진단받고 경구용 치료제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과 고위험군이 많은 시설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백신 접종을 고위험군에게 권고한다. 새로운 백신은 해당 시기에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되며, 1년 정도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낮게 유지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반복되는 유행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감염병에 대한 의식을 다시 한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배려하며 감염병을 일상적인 상황에서 잘 넘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유행#코로나#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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