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방송사 대담 등을 통해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보다 빠르게 대출이 늘었는데 은행들이 속도 조절을 위해 가장 쉽고 이익이 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맞춰 은행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원장의 발언은 최근의 대출금리 인상을 ‘관치 금리’로 보는 시장의 해석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달 초 금감원은 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후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앞다퉈 올리기 시작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이후 20차례나 올랐다. 제2금융권의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은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을 직접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이자장사’를 비판해오던 당국이 은행들이 연거푸 금리를 올릴 때는 왜 지켜만 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명확한 목표와 전략 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난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대출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긴축기조였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정부가 나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처음 선보였다가 관련 대출이 늘자 갑자기 ‘가계부채의 주범’이라며 중단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로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더니 최근 다시 대출 규제로 급선회했다.
한국 경제는 고금리 환경에서 집값과 가계부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대출금리가 올라가야 할 땐 억지로 끌어내리고, 내려가야 할 땐 올리는 식의 주먹구구 대응으로 시장에 혼란을 준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 사이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은 6월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잠시 주춤하자 정부는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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