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익명성의 명과 암… 프랑스서 체포된 ‘텔레그램’ 개발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6일 22시 51분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은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외부에서 메시지를 읽거나 추적하기도 어려워 송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볼 수 있는 비밀 채팅이 가능합니다.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의 파벨 두로프(40·사진)에 의해 출시됐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던 두로프는 페이스북 성공 사례를 보고 형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브콘닥테를 창립했습니다. 브콘닥테는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SNS가 됐습니다.

브콘닥테는 성공했지만 두로프는 통제를 중시하는 러시아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2014년 러시아 정부는 두로프에게 유로마이단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개인정보 제공과 반정부 인사들의 브콘탁테 페이지 삭제를 지시했습니다. 두로프는 그 공문을 자신의 브콘탁테 페이지에 폭로한 뒤 곧바로 독일로 망명했습니다. 동시에 브콘탁테의 지분을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독일로 망명한 두로프는 텔레그램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고, 텔레그램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전 세계 9억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조만간 사용자 수 10억 명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두로프는 3일 전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됐습니다. 텔레그램이 테러와 마약, 인신매매, 밀수·사기 같은 범죄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CEO)인 두로프는 이를 방치했다는 혐의입니다.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 정책이 현실에선 범죄자들에게도 유용했던 것이죠.

두로프는 평소 ‘텔레그램은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같은 이유로 텔레그램은 정부 기관에 대한 백도어 액세스 제공을 거부해 전 세계 개인정보 보호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 유력 인사 사이에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플랫폼을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전격적인 두로프 체포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텔레그램 개발자#파벨 두로프#sns#메신저#체포#범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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