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계절이 바뀌듯… ‘경기’도 상승-하강 반복하며 순환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6일 22시 54분


나라마다 평균 경기 수준 달라
경제성장률 같아도 다르게 인식
평균값으로 돌아가는 ‘회귀 현상’
대규모 호황 이후엔 침체도 커져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이 있듯이 경제에도 회복기, 확장기, 후퇴기, 수축기라고 불리는 네 국면이 있습니다. 이를 ‘경기’라고 부릅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다시 찾아오듯 수축기 다음 회복기가 찾아옵니다. 사계절이 돌아가며 바뀌는 것처럼 경기도 돌고 도는데 이를 ‘경기 순환’이라고 합니다.

● 사계절 바뀌듯 경기도 순환

기온, 강수량, 습도, 풍향 등이 바뀌는 걸 보면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알아챕니다. 마찬가지로 생산, 고용, 소득, 물가 등이 바뀌면 경기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온도 변화를 보면 여름에는 대략 30도 안팎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10도 안팎까지 내려갑니다. 1년 동안의 평균 기온(연평균 기온)은 10도 안팎입니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이 영상 10도를 기준으로 대체로 ±20도의 진폭으로 순환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실에 매달린 쇠구슬이 좌우로 흔들리는 진자 운동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역을 바꿔 볼까요. 우리나라보다 추운 나라를 갑국이라고 하겠습니다. 갑국은 5도를 기준으로 연간 ±25도의 진폭으로 변합니다. 반대로 더운 나라를 을국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을국은 영상 15도를 기준으로 ±10도의 진폭을 오갑니다.

여러분은 어느 나라가 살기 좋아 보이나요. 갑국은 여름에는 30도 안팎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20도 안팎까지 내려가는데, 을국은 여름에는 25도 안팎이고 겨울에는 영상 5도 안팎입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일 수 있겠지만 저는 을국이 좋아 보입니다.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포근하니까 말이죠.

경기 순환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사계절 온도 변화가 평균 기온을 중심으로 움직이듯 경기의 네 국면은 해당국 평균 경기 수준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갑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연 2% 정도라고 가정하면 경기는 경제성장률 연 2%를 중심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진자 운동을 할 겁니다. 반면 을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이 연 7%라면 이를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겠죠.

한국은행은 22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만약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하면 갑국에서는 호경기 즉, 경기 호황을 맞이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릴 겁니다. 반면 을국에선 경제 위기라는 탄식이 넘쳐나고 경기 침체, 불경기를 걱정할 겁니다. 같은 연 3% 경제성장률인데 정반대로 인식되는 겁니다. 두 나라의 경기 변동을 단순화한다면 갑국은 2%를 기준으로 ±1%포인트 진폭으로 변하고, 을국은 7%를 기준으로 ±4%포인트 진폭으로 변하는 겁니다.

● 큰 경기 호황 후에는 큰 경기 침체

얼마 전 파리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1984년 이후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으로 역대 최다 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죠. 그중에서도 양궁은 전 종목 금메달 획득,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물론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이니 한국 대표팀 양궁 실력으로 전 종목 우승하는 게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다만 중간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하고 동점이 계속 이어져 승부치기 같은 슛오프까지 가서 이기는 등 행운도 따랐습니다. 그런데 되짚어보면 아쉽게 패배한 상대팀 선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10점을 연속으로 적중시키다 갑자기 7점을 쏘는 등 실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기온 변화나 경기 순환이 평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이나 사회 현상에는 시간이 지나거나 측정이 반복되며 극단적 값이 평균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회귀 현상’ 또는 ‘회귀 효과’라고 합니다.

이 현상은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1822∼1911)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신장(키)을 조사했는데 장신 부모에게서 장신 자녀가 나오는 것이 상식일 텐데 장신 부모를 둔 자녀의 신장은 부모만큼 크진 않다는 조사 결과를 얻은 겁니다. 즉, 아이의 신장은 부모의 신장이 아니라 전체 평균 신장 값으로 되돌아가려는 회귀 경향이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 원리는 통계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양궁 대표 선수의 평균값은 9.6점이고, 다른 올림픽 출전 선수의 평균값은 9.3점이라고 합니다. 상대 팀이 3연속 10점을 맞혔다면 그 다음 화살은 평균값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한국 팀이 평균값과 유사한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면 회귀 효과에 따라 큰 실수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다시 경기 순환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경기 호황이나 침체는 어느 하나만 계속 이어지지 않습니다.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기 때문입니다. 우연에 따른 3연속 10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편차가 적은 평균 실력이 우승의 비결인 것처럼 경기 순환에서도 중요한 건 행운 같이 찾아온 큰 호황이 아니라 경제가 일정 수준 진폭으로 안정되는 겁니다. 날씨로는 을국이 좋아 보였던 것처럼, 경제에서는 갑국이 좋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만일 유례없는 대규모 경기 호황이 긴 기간 지속되었다면 뒤에 오는 경기 침체도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비유적 표현처럼 말입니다.

#쉬운 경제#경기 순환#회귀 현상#경기 호황#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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