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신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등 2인의 결정으로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데, ‘2인 체제’로는 이런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 임명 과정에서 사전 안건 공개 등도 생략해 방통위 운영규칙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점도 법원이 인용 결정을 하는 한 요소가 됐다. 당시 ‘지원자 83명의 서류가 1000장에 이르는데 2시간 안에 심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졸속 논란이 컸다.
이 같은 결과는 방통위를 기형적으로 운영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임기 만료 등으로 상임위원 3명이 공석이 됐으나 야당과의 갈등 속에 후임자 추천과 임명이 미뤄지면서 1년 넘게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방통위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한 뒤 후임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2인 체제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권 이사장의 경우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임된 것인 데 반해, 이번에는 임기 만료 이사들의 후임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도 법원이 재차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는 것은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달 31일 방통위가 임명한 신임 이사 6명은 본안 판결이 나온 뒤 30일이 되는 날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고, 기존 이사들은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됐다. 본안 소송에서까지 방문진 이사 임명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그동안 2인 체제의 방통위가 내린 주요 결정들에 대해서도 줄줄이 적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사실상 ‘식물 방통위’가 될 공산이 크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이 극에 이른 결과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대응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익성을 높일 목적으로 설립된 방통위의 모습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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