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올 A’를 받았다. 최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기아를 묶어서 평가한다. 앞서 2월 미국 무디스와 영국 피치도 두 회사 신용등급을 A등급 단계로 올렸다. 세계 완성차 업체 중 모두 A등급을 받은 회사는 현대차·기아와 독일의 벤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 4곳뿐이다. 판매 대수 기준 세계 3위에 오른 데 이어 재무 건전성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기아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것은 실적 개선과 유연한 생산 능력, 현금 창출 능력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139조4599억 원, 영업이익 14조9059억 원을 거뒀는데, 영업이익률은 10.7%로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2분기엔 판매량이 줄었는데도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고급차 위주로 차량 구성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모두를 만들 수 있는 유연한 생산 능력도 현대차·기아의 강점이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하는 도요타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우산과 짚신을 모두 팔아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사업구조를 갖춘 셈이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의 시선 역시 달라졌다. 올해 2월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이 됐을까’라는 제목의 15분 분량의 방송 리포트에서 현대차·기아가 약진한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 등 경쟁 업체들이 포기한 영역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분야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월드카 어워즈에서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 EV9 등은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해외 진출 초기 현대차의 홍보 전략은 ‘다른 차 한 대 값으로 우리 차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반값 떨이 내지 ‘1+1’ 전략이다. 한국 경제에서 이제 자동차는 다른 의미로 ‘1+1’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부진으로 나라 전체가 어려울 때 자동차는 역대 최대 실적을 앞세워 수출을 떠받쳤다. 반도체라는 단발 엔진으로 버티던 한국 경제가 쌍발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질주가 계속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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