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인 1875년경, 독일의 야코프 니마이어라는 농부가 화석 한 점을 채석장 주인에게 가져갔다. 채석장 석회암층에서 나온 화석들이 가끔 괜찮은 값에 거래된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그날 농부는 소 한 마리 값을 받았다. 돌멩이 하나에 소 한 마리 값이라니. 이런 횡재가 없었다.
몇 년 후인 1881년, 이번에는 이 채석장 주인이 구입한 화석을 헤르만 폰 마이어라는 의사에게 가져갔다. 화석 애호가인 의사가 10여 년 전 유럽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상대로 어떤 화석을 경매에 부쳐 상당한 값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역시나 채석장 주인의 눈은 틀리지 않아 상당히 후한 값을 받았다. 그 역시 횡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횡재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 의사가 화석을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 무려 1000파운드에 팔았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을 누군가는 소 한 마리 값에 팔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수백 배에 팔았던 것이다. 오래전 일이라 사고판 사람이 채석장 주인이 아니라 여관 주인이고, 폰 마이어가 아니라 다른 의사의 아들이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하지만 소 한 마리 값과 그것의 수백 배 가격은 거의 일치한다. 우리에게 시조새로 알려진 화석에 얽힌 이야기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내놓은 후, 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이 일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가치를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2007년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오래된 북극 맥주(Arctic ale) 한 병이 올라왔다. 새뮤얼 올소프라는 영국 양조업자가 북극 탐험대를 위해 1852년에 만든 맥주였는데 305달러(약 40만 원)에 팔렸다. 판매자는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선선히 물건을 넘겼다.
하지만 그는 곧 땅을 쳐야 했다. 자기가 방금 판 맥주가 무려 50만3000달러, 지금 환율로 치면 약 6억7000만 원에 다시 팔렸기 때문이다. 40만 원과 6억7000만 원, 같은 물건인데 어떻게 1700배 가까운 차이가 났을까?
두 가지 때문이다. 첫 판매자가 이베이에 올릴 때 올소프(Allsopp)에서 p자를 하나 빼먹어 빈티지 맥주 애호가들에게 검색되지 않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맥주가 가진 진짜 가치를 몰랐다. 가치는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숨어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이걸 알아본 사람만이 기회의 문을 연다. 예를 들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문제 제기 같은 걸 누군가는 골칫거리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는다. 이런 가치를 보는 눈은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생겨난다. 이해와 오해는 종이 한 장 같은 사소한 차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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