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Disney)는 마법과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회사다. 아마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일 것이다. 이 회사는 1923년에 월트 디즈니와 그의 형 로이 디즈니가 작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공동 창업하면서 시작되었다. 디즈니는 이후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꿈과 희망, 용기와 우정 같은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와 콘텐츠 속 캐릭터들을 이용한 테마파크와 굿즈들을 만들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콘텐츠들을 유통하는 방송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눈부신 성장 뒤에는 최근 20여 년 동안 디즈니의 선장 역할을 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 그는 실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의 폭풍 성장을 이끌었으며, 2020년에 은퇴했지만 2022년 디즈니의 실적이 급격하게 부진해지는 상황에 직면하자 디즈니 주주들의 요구로 다시 디즈니를 맡게 된다.》
픽사-마블-21세기폭스 잇따라 인수
아이거 CEO는 195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그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주의 사립대학인 이타카칼리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ABC 방송국에 말단 스튜디오 스태프로 취직하여 ABC 방송국의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와 같은 존재다. 1995년에는 ABC가 디즈니로 인수되자 디즈니의 2인자 역할을 하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이끌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에 마이클 아이즈너 전 CEO가 물러남에 따라 2005년부터 디즈니 왕국의 수장을 맡게 된다. 마이클 아이즈너 역시 재임 기간 좋은 성과를 올리고 많은 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CEO였다. 다만, 2000년대 초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생겨나는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거가 CEO에 임명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콘텐츠 제국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당시 디즈니가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들은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픽사라는 최초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테크기업과 협업해서 제작한 콘텐츠들만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여기에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라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품들이 포함된다. 픽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설립 초기부터 큰 자본을 투자하여 대주주로 있는 회사였다. 여러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킨 픽사는 디즈니와의 계약을 끊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유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아이거는 픽사가 디즈니와의 관계를 단절할 경우, 디즈니의 콘텐츠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 관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픽사를 디즈니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서 잡스를 설득해 픽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아이거는 픽사 인수를 결심한 계기가 2005년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캐릭터 중에 디즈니가 최근 10년 동안 자체 제작한 캐릭터들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고 회상한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는 큰 성공으로 평가되며, 픽사는 지속적으로 카, 라따뚜이, WALL-E, 업과 같은 성공적인 콘텐츠들을 디즈니라는 플랫폼에서 유통하게 된다.
사임 후 콘텐츠제국 CEO로 재취임
이후 아이거는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가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에 관심을 가졌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아이거는 마블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의 판권을 인수해 디즈니 플랫폼 안에 포함하여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확장할 기회를 모색했고, 2009년 8월 40억 달러에 마블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인수한다. 마블 스튜디오 인수는 디즈니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다. 인수 이후 제작된 ‘어벤져스’ 시리즈는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냈고, 마블의 캐릭터들이 디즈니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자산들과 결합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MCU는 현재까지 3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와 같은 두 번의 기업 인수를 통해서 콘텐츠 확장의 성공 방정식을 익힌 디즈니는 그 이후에도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커스필름을 2012년에 인수했고, 2019년에는 거대 기업인 21세기폭스를 인수해 다양한 장르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취해 나갔다. 아이거는 21세기폭스 인수를 콘텐츠 제국의 완성이라 생각하고 약 15년간 유지했던 CEO 포지션을 슬슬 밥 체이펙에게 계승한다. 그러나 아이거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코로나 팬데믹과 디즈니 플러스의 부진이 겹쳐 체이펙은 짧은 임기를 뒤로하고 물러나고 만다. 그리고 디즈니의 이사회는 아이거를 다시 CEO로 임명하게 돼 그는 한 번 더 디즈니의 운명을 맡는다.
기업인수 전략은 성공하기 쉽지 않은 기업 전략 중 하나다. 통계적으로 60∼70% 이상의 인수 전략은 시도하는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즉, 일반적으로 M&A는 인수되는 기업의 주주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인수하는 기업의 주주에게는 나쁜 소식일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여러 번의 M&A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높은 확률로 성공적으로 주주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M&A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디즈니가 항상 우선 고려했던 사항은 자사가 인수한 회사들이 디즈니가 구성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였다. 예를 들어, 마블 영화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테마파크에서 라이브 경험으로 제공되거나, 관련 상품이 디즈니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것이 용이한가를 고민한다. 또한, 스타워즈가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디즈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될 수 있는가가 핵심 고려 사항이었던 것이다. 즉, 디즈니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핵심 역량(다양한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 등)을 강화하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M&A만 진행한 것이다. 이는 경영학적으로 관련 다각화라고 불리며, 기업의 여러 성장 방법 중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선택이다. 디즈니의 사업 모델을 생각해 보라. 디즈니의 모든 사업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테마파크나 상품, 스트리밍 서비스, 라이브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 방식을 약 100년 동안 유지하면서 각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해 왔다.
M&A는 비록 실행하기 어렵지만, 여러 면에서 유용한 기업전략이다. 잘 이용만 한다면 기업이 스스로 갖추기 힘든 자원과 역량들을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세상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기에는 시의적절한 M&A는 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테크 기업들은 본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는 타깃 기업을 찾으면 주저하지 않고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애플과 구글은 일 년에 많게는 두 자릿수의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2023년도 북미 대륙의 기업 M&A 시장 전체 가치는 약 1600조 원에 달한다. 그에 반해 한국의 M&A 시장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는 많은 수의 강소 기업들이 외부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들은 기업인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고 하지 않아 M&A 시장에 공급과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韓도 시너지 이룰 M&A 활성화 필요
또한, 우리나라의 기업인수 시장의 발달을 저해하는 것은 시너지를 통한 기업의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일부 대주주의 이익만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악용되는 기업 M&A가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M&A의 악용은 주식시장에서 선의로 진행되는 M&A에 대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만들며 M&A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부디 우리나라에도 올바른 M&A 문화 및 제도가 자리잡아 스타트업 기업들에는 좋은 지분매각 기회가, 대기업들에는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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