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역대 최저였던 올해 증가율 2.8%보다는 높지만 3%대 초반으로 묶어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정부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내년 국가채무는 81조 원이 더 늘어 사상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서게 됐다.
내년 지출 증가율은 내년도 실질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인 4.5%와 1년 전 중기 계획에서 목표로 했던 4.2%보다 낮다. 재정사업의 효과를 재검토해 24조 원을 삭감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폭을 6년 만에 3% 이내로 맞췄다고 한다.
정부는 씀씀이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재정 건전성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1196조 원에서 내년 1277조 원으로 늘어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7.4%에서 내년 48.3%로 오른다. 세수 확보 대책도 아쉽다. 정부는 기업 실적 호조로 내년에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국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 침체와 감세 조치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선심성 예산은 여전히 눈에 띈다.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은 내일준비지원금을 합하면 205만 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병사 인건비 예산이 8000억 원 넘게 늘었다. 대선 과정에서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들고나온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실현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전체 대학생의 75%인 150만 명으로 늘리면서 예산이 6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월 소득 인정액이 1700만 원인 고소득 가구의 자녀도 수혜를 보게 됐다. 총선을 앞둔 3월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청년 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을 밀어붙인 것이다.
재량지출을 줄이는 식의 지출 구조조정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법적 지급 의무가 있는 의무지출은 2028년까지 연평균 5.7%씩 늘어난다. 의무지출을 손보지 못하면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힘든 구조다. 학생 수가 줄어도 세수가 늘면 자동으로 증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개편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재정을 위협하는 선심성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 달콤한 ‘빚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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