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패럴림픽이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28일(현지 시간) 개막해 바통을 이어받았다. 파리는 지구촌 스포츠 대축제인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하며 대회 슬로건을 ‘Games Wide Open’(완전히 개방된 대회)으로 내걸었다. 슬로건은 역대 대회 최초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똑같이 적용됐다. 파리의 예술성이 물씬 풍기는 엠블럼과 마스코트 역시 동일한 디자인이다. 마스코트 프리주는 패럴림픽에서 장애인 육상선수 의족을 하고 대중과 만난다.
패럴림픽은 1948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한 상이군인들을 위해 영국인 재활의학과 의사 루트비히 구트만이 스토크맨더빌 게임이라는 대회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심각한 장애로 침상에 누워 있던 상이군인들이 운동하며 재활에 효과를 보이면서 정식 게임으로 발전했고 패럴림픽의 성화는 올림픽의 아테네가 아닌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채화되고 있다.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완전한 개방과 포용성을 대회 목표로 한다. 파리대회 조직위는 지난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며 장애인 인력을 별도로 3000명 뽑았다. 파리대회는 역대 대회 중 자원봉사 지원율이 가장 치열해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음에도 장애인 자원봉사자를 별도로 뽑았다. 장애인의 역할과 기회 제공에 있어 따로 준비가 필요치 않다는, 이들이 활동하는 데 있어 별도의 장치와 환경 조성이 필요없다는 개최지 파리의 자신감이 읽힌다.
장애인이 편한 사회는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제약 없는 세상이다. 모두가 생애 어느 순간 공평하게 장애를 한 번쯤은 경험한다. 임신한 여성은 일시적으로 이동에 제약을 받고, 건강한 성인도 일상생활을 하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면 지하철의 계단이 태산처럼 높은 존재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활동에 제약을 받는 노인성 장애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고혈압, 당뇨 같은 생활습관성 질환을 장애의 일환으로 분류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 살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게 장애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투자와 지원이 결코 나랑 상관없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패럴림픽 선수단은 파리에서 12일간의 열전을 치른다. 올림픽 기간 우리에게 익숙해진 경기장 그랑팔레에서 태권도와 펜싱을 하고, 앵발리드에서 양궁을 한다. 샤토루 사격장에서 올림픽 선수들과 똑같은 표적지를 조준하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피 말리는 점수 경쟁을 하게 된다. 파리 패럴림픽 한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김황태가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낙상 사고로 하반신의 감각을 잃은 영화 제작사 분장팀장 출신 조은혜가 휠체어펜싱 선수로 칼을 벼르고 있다. 5세 때 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사고로 한 손을 잃은 태권도 주정훈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체육 교사를 하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탁구 주영대는 병상에서 재활로 시작한 운동으로 도쿄 패럴림픽 챔피언까지 됐다. 이들이 활약할 파리 패럴림픽 무대가 올림픽과 비교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파리에서 올림픽에 이은 똑같은 기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훈련하며 분투해 온 패럴림픽 출전 장애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