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세를 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진다면 크게 두 원인이 꼽힐 것 같다.
우선 그의 빈약한 말솜씨와 언론 대응 능력. 2021년 1월 취임한 그는 같은 해 6월 7일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같은 날 현지에서 실시한 NBC방송 인터뷰로 큰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이는 그가 이후 3년간 언론 노출을 꺼리고,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한 후 후보직을 넘겨받은 뒤에도 기자회견을 마다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부통령인 그에게 해결이 어려운 불법 이민 의제를 맡겼다. 전권을 줬다지만 사실상 ‘욕받이’ 용도다. 사태 해결을 위해 첫 해외 순방지로 과테말라를 택했지만 당시 회견에서 해법이라고 한 말은 “미국에 오지 말라(Do not come to US)”. 자메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이민 2세이면서 “오지 마”만 외치는 그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조차 “저 말밖에 할 게 없냐”고 비판했다.
레스터 홀트 NBC 앵커와의 인터뷰는 ‘폭망’이었다. 홀트 앵커가 ‘남부 국경을 방문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국경에 가 봤다(We’ve been the border)”고 했다.
당시 그는 국경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조만간 가겠다” 정도로 답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안 갔으면서 갔다고 우겼다. 또 질문은 “‘당신’이 언제 갈 거냐”인데 정체불명의 ‘우리’를 내세워 “우리는 갔다”고 했다. “미 2인자의 인터뷰 실력이 처참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 장면은 아직도 그를 비판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어)’으로 쓰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런 그가 다음 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첫 TV토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우려한다.
그가 부통령 후보로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가 아닌 ‘민주당 텃밭’ 미네소타주의 팀 월즈 주지사를 고른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미 대선은 직선제와 간선제를 혼합한 독특한 구조다. 50개 주별로 승패가 갈리고 승자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그래서 승패가 이미 결정된 양당의 ‘고정 텃밭’ 말고 주요 경합주를 이겨야 전체 538명 선거인단의 과반(270명)을 확보하고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민주당은 21세기 들어 치러진 6번의 대선에서 2004년 대선을 제외하고 다섯 차례 모두 전국적으로 공화당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런데도 2000년과 2016년 대선에서 졌다. ‘전체 득표’는 앞섰지만 주요 경합주에서 패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승자 또한 결국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7개 경합주가 결정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에는 7개 주 합계 선거인단 93명의 20.4%인 19명이 걸려 있다. 애리조나주(선거인단 11명)와 네바다주(6명)를 모두 이겨도 이 한 곳과 비교할 수 없다.
도농 격차가 심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도시 주민은 민주당, 농촌 유권자는 공화당을 주로 지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내 탄광촌 스크랜턴이 고향이어서 도시와 농촌을 아우를 수 있는데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1.2%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또 다음 달 TV토론은 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 여러모로 셔피로 주지사가 안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부통령 후보군 면접 당시 셔피로 주지사가 야망을 드러내 ‘팀플레이’를 외친 월즈 후보에게 밀렸다고 전했다. ‘야심가 2인자’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일단 백악관에 입성한 후 고민할 사안이고 제어 수단도 많다. ‘만만한 2인자’를 골라 대선에서 지면 무슨 소용일까. 그 선택의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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