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에 포위된 한국 경제… 편한 길 택했다가 고통 길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8일 23시 30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원=뉴스1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원=뉴스1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이 작년 말 251.3%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세계 평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85.4%에서 245.1%로 40.3%포인트나 급감했다. 세계 각국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는 정공법을 쓸 때 한국만 ‘나 홀로 부채 역주행’의 길을 걷다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는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덜 걷힌 세금보다 지출이 큰 정부는 국채를 찍어 빚을 늘려 왔다. 올해 상반기 정부 재정은 103조4000억 원 적자였다. 적자가 큰데 연간 예산의 66%를 상반기에 몰아 쓰고 나니 하반기 내수 위축에 대응할 실탄은 부족해졌다.

고금리 속에서도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의존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대출 확대, 대출규제 도입 연기 등 ‘빚 권하는’ 정책 탓에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증하고 있다. 집값, 가계대출이 불안해지자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년 7개월째 동결해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옥석 가리기 없이 계속 미뤄진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은 수많은 좀비기업을 낳고 있다.

‘빚의 달콤함’에 너무 오래 빠져 있다 보니 이제는 극약 처방에 가까운 조치 없이는 부채의 덫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제출한 당초 계획보다 가계대출을 많이 내준 은행들의 내년 신규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대출 총량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관치의 실패로 불어난 대출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관치 수단을 동원하는 셈이다. 전방위 대출 통제로 인해 집 투기와 관계없는 대출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는 이미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한국도 조금이라도 일찍 금리를 내려야 서민, 자영업자를 짓누르는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며칠 새 수조 원씩 가계대출이 불어나고, 아파트값이 폭등한다면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긴축적으로 짠 것도 과도한 나랏빚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 빚을 늘리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결과가 고통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부채비율 증가#빚의 수렁#고금리#대출 의존#대출 총량제#나라빚#고통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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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9 03:12:19

    똥아는 왜 나라빚과 가계빚이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네! 문재인놈의 5년동안에 싸질러놓은 순수한 정부빚만 400조원이 늘어났고 그에 따른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뭉가놈이 재직할때에 이미 가계빚이 1000조가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런 뭉가놈의 잘못을 쓰고나서, 그 원인이 뭉가놈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나서, 이런 사설을 써도 써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이놈들아!

  • 2024-08-29 03:00:26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이, 세금올려서 집값을 잡겠다는 한심한 정책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정책실패로, 20년 장기집권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문정권이 한방에 무너져 버렸었다. 이런 참담한 정책실패를 똑똑히 봤던 새정부는 국민들의 열망인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집값의 정상화에 좀 더 집중했어야 했다. 근데 부실건설회사를 살려주기 위해 '빚내서 집사라'라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강행하여 지금 온국민이 빚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정책대출을 남발하여 젊은이들이 비싼 집 사서, 평생 빚만 갚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이 광란극을 멈춰라.

  • 2024-08-29 00:44:42

    문재앙 빚이 빚을 폭증 ,부동산 폭락 .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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