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8일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내년 의대 증원은 대입 일정상 번복할 순 없지만 내후년 의대 증원은 보류하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을 일축한 것이다. 이 제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고 당정 간 협의 내용을 한 대표가 공개한 것도 적절해 보이진 않지만, 여당 대표의 중재안마저 거부한 채 “국민 생명 직결 사안에 굴복하면 정상적 나라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의 ‘외골수’ 태도도 문제다.
정부의 일방적인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은 의료 시스템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길어지자 장기적인 의사 수급에 탈이 났다. 의대생 국시 거부로 내년에는 전공의가 3000명 줄어든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배출도 중단된다. 의대 정원이 확대된 대학들도 아우성이다. 교수진과 교육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대 1학년의 경우 약 3000명이 유급되고 내년 신입생 4567명이 입학하면 한꺼번에 2.5배나 늘어난 7500여 명을 가르쳐야 한다.
원래 의사가 부족했던 응급실, 수술실부터 마비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반응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며 응급실 대란이 과장됐고 환자가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는 의대 증원 탓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수술이 밀린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데 “개혁에 따른 고통”을 언급했다.
당정 간 간극이 벌어지며 ‘막다른 골목’의 의료 사태는 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이젠 ‘굴복’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절실하게 의료 대란을 해결해야 하는 당정이지만 대통령실은 30일 예정된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뤘다. 의료 대란은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다. 정부가 실질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임계점을 넘기라도 하면 의료 시스템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당연히 그 책임을 무능했던 정부에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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