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핵심 개혁 과제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갖는다. 올 6월 초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한 이후 두 번째 국정 브리핑이고, 취임 100일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이은 세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다. 대통령실은 민생, 안전, 개혁, 소통 등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30분간 브리핑한 뒤 약 1시간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집무실까지 용산으로 옮겼으나 기자회견에 인색했던 전임 대통령에 견주어도 소통에 소극적인 편이다. 출근길 문답은 2022년 11월 중단됐고, 대신 올 4월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와 6월 석유·가스 매장 관련 첫 국정 브리핑을 했지만 일방적 발표에 질문은 받지 않아 역효과만 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연금·교육·노동·의료 개혁과 함께 저출생 대응 추진 성과를 설명한다고 한다. 이 밖에 집값과 물가 대책, 채 상병 특검법, 인사를 둘러싼 논란 등 그동안 묻지 못한 현안이 쌓여 있다. 의제 가리지 말고 충분히 설명하길 기대한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가감 없는 여론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으로 문제를 키운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대통령의 선택적 여론 수렴이나 직언을 꺼리는 참모들 탓이 클 것이다. 각본 없이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다르다. 독자와 시청자를 대신해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국정 의제와는 다른 민심의 의제, 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담겨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는 34분간 12개 질문, 두 번째 회견은 73분간 20개 질문을 받았다. 많은 질문을 받을수록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도 곧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연금 등 3대 개혁은 진척이 없고 의료 개혁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개혁이란 본디 어려운 일이지만 남의 말 듣지 않는 대통령의 스타일도 주요 걸림돌이라는 평가다. 기자들의 질문 속에 담긴 여론에 귀를 활짝 열고 정책 방향을 조율한다면 정책 혼선을 줄이고 개혁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첫 기자회견 때 다짐했듯 “국민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들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