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어릴 적 축구선수 꿈, 생활축구에서 이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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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설 회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근린공원 축구장에서 볼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 꿈을 포기했던 그는 20대 후반부터 생활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공을 차며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진설 회장이 서울 서초구 양재근린공원 축구장에서 볼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 꿈을 포기했던 그는 20대 후반부터 생활축구 동호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공을 차며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축구 명문 대구 대륜중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찍 포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생활축구 동호회로 향했다. 정진설 서울 서초구축구협회 회장(62)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하는데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부를 했죠. 그런데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 잡고 살 만해지니 축구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가입해 공을 차기 시작했죠.”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1980년대 후반이었다. 서울 서초동에 둥지를 틀고 줄곧 살았다. 서초동 서울서일초교에서 공을 차는 동호회에 들어가 주말마다 공을 찼다. 당시 축구 동호회는 조기축구 개념이라 새벽에 훈련 겸 경기를 하고 주말에는 친선경기를 하는 식이었지만 정 회장은 개인 사업상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전에 공을 찼다. 나중엔 허리케인이란 축구 클럽을 창단해 서초구생활체육축구연합회(현 서초구축구협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정 회장은 클럽팀 활동도 하지만 서초구 60대 대표팀으로도 뛰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 축구협회는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서울시 대회는 물론이고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2018년 서초구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당시 50대 대표로 활약했고, 지금은 60대 대표로 뛰고 있다. 정 회장은 “각 연령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나도 뛰다 보니 더 열심히 몸을 관리하게 됐다. 회장 명함으로 대표가 된 게 아니란 것을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서초구 70대 대표팀이 2022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60대 대표팀이 서울시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9월 경북 안동시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대회에는 서울시 60대 대표로 출전한다. 2019년 서초FC로 팀 이름을 바꾼 클럽팀은 토요일 오후 서울 언남고 운동장에서, 서초구 60대 대표팀은 일요일 오전 서울 양재근린공원 축구장에서 경기를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주말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 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정 회장은 재능기부도 한다. 2021년부터 서초구축구협회 재능기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축구와 여성축구 교실은 물론이고 육상 등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 회장은 “서초구의 지원을 받고 있어 우리도 사회적으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당초 더 일찍 시작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늦어졌다.

두 아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한 것도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더 불태웠다. 큰아들은 일찍 축구를 그만두고 현재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고려대를 거쳐 프로팀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었다. 둘째는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한 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솔직히 저도 축구를 일찍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였거든요. 아들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강하게 말렸어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 의지대로 안 된다고…. 그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 보니 축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이다. 미드필더로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것도 있지만 둘째 아들과 함께 고려대에서 공을 찼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정 회장은 주말마다 상대 팀을 초청해 25분 경기를 6쿼터씩 진행하는데 3쿼터 이상 출전한다. 환갑을 넘었음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비형 미드필더다 보니 제가 좀 많이 뛰어다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잘 뛴다는 평가를 받아요. 물론 주말 축구로만은 이렇게 뛸 수 없죠. 주중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는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재미에 삶이 즐겁다고 했다.
#정진설#회장#축구선수#꿈#생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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