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를 찾아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79〉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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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을 듯 연이은 푸른 산봉우리, 이런 곳을 소요하느라 세월조차 잊으셨으리.
구름 헤치며 찾아나선 옛길, 나무에 기대어 흐르는 물소리를 듣기도 했지.
따스한 꽃더미에 청우(靑牛)가 누웠고, 높다란 소나무에 백학이 잠들었네.
이야기 나누는 사이 멀리 강물엔 황혼빛, 홀로 차가운 안개 속을 내려왔나니.
(群峭碧摩天, 逍遙不紀年. 撥雲尋古道, 倚樹聽流泉. 花暖靑牛臥, 松高白鶴眠. 語來江色暮, 獨自下寒煙.)

―‘존경하는 옹 도사의 은거지를 찾다(심옹존사은거·尋雍尊師隱居)’ 이백(李白·701∼762)


도교에 심취했던 청년 이백이 흠모하던 도사를 찾은 방문기. 도사는 뭇 산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험난한 산속에서 세월을 잊은 채 유유자적 소요의 삶을 살아간다. 그 선경(仙境)을 찾아 시인은 구름을 헤집고 구불구불 옛길을 지난다. 힘든 산행 중에도 바위에 기대 물소리를 듣는 여유를 갖는 건 도사를 만나려는 부푼 기대감 때문일 터. 도사의 은거지에 당도한 소회는 어땠을까. 도사는 마치 ‘청우’, ‘백학’과 더불어 소요를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청우는 도가의 시조 태상노군(太上老君)이 탔다는 상상의 동물. 백학 또한 선계를 노닌다는 영물. 시인은 이들이 머물 법한 ‘따스한 꽃더미’와 ‘높다란 소나무’를 상상하면서 그곳에서 선계의 평안과 정밀(靜謐)을 느꼈을 것이다.

유가적 이념으로 무장했으면서도 이백은 유별나게 도가를 신봉했고 도사들과의 교유도 잦았다. ‘나를 막을 자 누구인가. 나는 방사(方士)의 지위를 가졌노라’라고 할 만큼 만년까지도 도가를 자처했다.

#심옹존사은거#도사#도교#이백#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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