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어 이름 표기, 헷갈리지 않게 바꿔보자[2030세상/박찬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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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의견이지만 나는 지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의 영어 이름이 잘못 불린 걸 이해한다. 비한국인에게 한국의 영어 이름은 정말 헷갈린다. 대한민국의 영어 이름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북한은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다. 둘 다 ‘리퍼블릭’(공화국)이 들어가니 헷갈릴 수밖에. 국제 행사에서의 실수는 비판받아야 하나 심정적으로는 그럴 만하다 싶다. 이미 우리는 9년 전 평창 올림픽 때 평양과 평창이 헷갈려 평양으로 관람 간 케냐인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나도 한국 이름이 어렵다. 나 역시도 여러 번 불편했다. 입국이나 해외 결제, 해외 호텔 체크인을 할 때마다 내가 본 내 모국의 이름은 상당히 다양했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코리아 리퍼블릭, 사우스 코리아,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사우스). 이게 곤란한 이유는 웹 브라우저 환경으로 국가 이름을 입력하려면 알파벳순으로 스크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K(Korea)에 있는지 R(Republic)에 있는지 S(South)에 있는지 매번 헷갈린다. 언젠가는 이 국가 이름을 제대로 기입하느라 비행기 놓치겠다 싶었던 적도 있다.

전에는 불편해도 그러려니 했으나 이젠 상황이 변했다. 인천공항의 일일 이용객 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의 2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코로나 전 수준으로 회복이 예상된다. 한국은 이제 모르는 구석 어딘가의 나라가 아니다. 이름 통일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터키라 알던 나라를 이제 모두 ‘튀르키예’라고 부른다. 한국이 헷갈리지 않는 정식 외국어 명칭을 만들고 배포하는 건 이제 가능해 보인다.

나는 알파벳 K, S, R로 퍼져 있는 한국의 이름 통일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원한다. 나라 이름을 잘못 부른 게 누구 잘못이고 나라 이름이 이렇게 된 게 누구 탓 같은 건 아무 관심 없다.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사우스 코리아’는 익숙하지만 정식 명칭으로 삼자니 정통성이 덜 느껴진다. 한국의 영어 표현인 ‘한(H)국’이나 ‘대(D)한민국’으로 이름을 바꿔서 아예 알파벳순의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편할 듯하나 이제 뭐만 하면 다 K를 붙이는 한국 사람들이 K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걸 다듬는 게 한국이라는 집단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작은 부분을 편리하게 만들고, 그 편리한 부분에 사회가 합의한 이유와 절차가 있고, 그런 작은 개선이 쌓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한국에는 외국인이 아주 많다. 한국의 알파벳상 위치를 찾는 사람들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개인 의견이지만 제안이 있긴 하다. 코리아의 K를 살리고, 남북이라는 지리 조건도 사용하지 않는 대안이다. ‘코리아 오리지널.’ 한국 사람들은 운동화부터 국밥까지 근본을 찾을 정도로 정통성을 좋아한다. 이런 나라의 성향을 반영해 ‘코리아 오리지널’을 선점하면 어떨까. DPRK인 북한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으니 더 잘살고 유연한 우리가 바뀌는 게 낫고, 일단 ‘오리지널’은 선점한 사람이 임자니 북한이 따라할 수도 없다. ‘오리지널’이라는 영어 표현이 거슬리면 ‘코리아 원조’도 좋다.
#한국#영어#이름#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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