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대전환, 글로벌 규제혁신 협력으로 준비할 때[기고/오유경]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일 22시 48분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인류 역사에서 ‘문명의 전환기’로 불리는 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세 번에 걸친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대전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디지털 혁명이 불러온 산업 대전환, 생명공학기술 발전에 따른 바이오 대전환 등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대전환은 산업, 경제, 사회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삶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제약 바이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 같은 인공지능으로 신약후보를 발굴하고 상호작용 및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는데,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설계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 근거 확보를 통해 개발 속도가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이나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혁신 제품이 최근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의약품, 소프트웨어 기반의 치료기기 등 전에 없던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유럽 등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견인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약 바이오 산업을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전략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바이오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제약 바이오 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규제과학혁신법이 제정됐다. 식약처는 바이오 혁신기술 개발 단계부터 규제와의 정합성을 높여 시장 진입을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약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규제가 혁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낡은 제도를 고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등 규제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식약처는 2015년부터 매년 글로벌 규제 당국과 바이오 전문가들의 협력 플랫폼인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를 개최하며 규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특히 10주년을 맞은 올해 GBC는 4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데 미국, 캐나다, 일본 등 18개국 전문가들이 모여 ‘바이오 대전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발표와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또 GBC 기간에 규제과학포럼, 디지털바이오 융합혁신기술포럼 등 다양한 주제의 포럼을 열어 최신 개발 트렌드와 규제 동향을 공유하고 제약 바이오 산업의 미래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지금 우리는 ‘바이오 대전환’이라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변화의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역량을 모아 혁신에 맞는 제도와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10년을 맞는 GBC가 바이오 대전환을 이끌어 가는 혁신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며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어 나가는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바이오#대전환#글로벌#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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