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가 어제부터 크게 줄어들었다. 향후 금리 변동 등을 고려해 대출한도를 조정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2월 말 도입한 1단계 때보다 개인별 대출한도가 많게는 수천만 원씩 감소한다. 특히 집값이 불안한 수도권에는 정부가 더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면서 서울 등지에서 집을 사는 이들은 1단계 때보다 훨씬 큰 폭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됐다.
2단계 규제 시행에 따라 연소득 6000만 원인 가구가 수도권 아파트를 사기 위해 30년 만기로 연리 4%의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가 4억 원에서 3억6400만 원으로 3600만 원 준다. 비수도권 아파트를 사는 경우에도 1700만 원 정도 한도가 축소된다.
‘영끌’로 집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저리 정책대출 수십조 원을 풀어 집값을 불안하게 만든 정부가 이제 와서 대출을 억누르는 데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줄어든 한도만큼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며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혼부부 특례대출을 늘리는 조치 등을 고려해 당초 7월 초 도입 예정이던 2단계 규제를 금융당국이 두 달 늦춘 건 심각한 패착이 됐다. 그 사이 막차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5대 시중은행 주담대 규모는 7월에만 역대 최대인 7조6000억 원이나 급증했고, 8월에도 이에 맞먹는 수준의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의 대출 억제 압박을 받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이고, 대출 조건도 까다롭게 바꾸면서 고객들이 쉽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찾아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은행 대신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무리한 대출은 억제해야 하지만 자녀 취학, 이직 등으로 이사하는 실수요자들까지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현장의 세심한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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