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충주병원이 1일부터 평일 야간과 주말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일부터, 강원대병원은 2일부터 야간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 환자가 야간과 주말에 달려가는 곳이 응급실이다. 의료 공백 사태 동안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병원은 있었으나 야간, 주말에 아예 응급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주중 하루나 이틀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 의료 위기가 수도권까지 번져 나갈 태세다.
응급실 파행 운영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번아웃’ 상태인 전문의들의 줄사표가 이어진 탓이다. 야간 당직을 전담하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580명 중 현재 55명만 남았다. 전문의가 소폭 늘었으나 전공의 공백을 메우긴 역부족이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2명이 사직 의사를 철회했으나 응급실 정상 운영은 어려워졌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15명 중 8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고, 강원대병원은 5명 중 2명이 휴직했다.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병원도 위기 상황이다.
응급실 문을 열었어도 환자 진료와 응급 수술을 맡을 전문의가 부족해 정상 가동되지 않는 곳은 더 많다. 응급 처치를 하더라도 심장 수술, 외상 수술을 시도할 수 없으니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이다. 119구급대의 재이송 건수는 올해 상반기 2645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62% 수준이다. 가장 많은 이유가 전문의 부재였다. 119구급대원들은 갈수록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해진다고 토로한다.
응급 의료 마비의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울분을 터뜨린 환자들이 많았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는 응급실 문만 열려 있으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문을 열고 기능을 못 하면 그게 위기”라고 했다.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관리 가능하다고 주문만 외니 의료 공백 사태가 해법을 못 찾고 꼬여만 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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