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까[임용한의 전쟁사]〈331〉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일 23시 00분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가 맡은 일에 성공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힘과 노력을 다했다는 의미와 그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미이다. 보통은 후자의 의미로는 잘 사용하지 않거나 전자의 의미에 포함해서 사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결과가 만족할 만한 성과이든 실패이든 간에 우리는 후자의 의미를 늘 반문해야 한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눈 덮인 알프스를 넘어 전쟁사에 불멸의 명성을 남겼다. 그러나 대가는 가혹했다. 한니발은 절반 이상의 병사를 잃었고, 코끼리는 한 마리만 남았다. 지치고 줄어든 병사로 로마군의 봉쇄선을 우회하다가 한니발은 한쪽 눈을 잃었다. 한니발이든 나폴레옹이든 해로로 병사를 운송할 수 있을 만큼 제해권과 수송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굳이 알프스를 넘는 무리수를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상 이동과 상륙작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알프스 횡단은 불멸의 명성을 안긴 부분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상 이동을 포기하고 알프스 횡단이 공인된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한니발을 패망시켰다. 반면 제해권을 확보하고 있었던 라이벌 스키피오는 바다를 통해 한니발의 본거지 스페인을 침공했고, 결과적으로 2차 포에니 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후대의 지휘관들은 한니발과 나폴레옹에게 알프스 횡단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탐구해야 한다. 그런 고민 속에 제해권을 극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나 전술적 방법을 찾아내거나 전설의 목우유마처럼 산악지대를 쉽게 통과하고 보급을 유지할 수 있는 장비를 발명할 수도 있다.

모든 집단은 이런 노력을 통해 발전한다. 모든 성공은 수많은 실패의 주검 위에 서 있다. 아무리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사람이라도 더 나은 최선을 가로막았던 이유를 반문하고 궁리해야 한다. 그것이 명장의 특징이자 조건이다.

#한니발#나폴레옹#알프스 횡단#노력#최선#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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