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반문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아 나라가 문 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 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책 대출 같은 주거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임을 감안해도 주무 장관이 집값을 두고 ‘나라 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운운하는 건 안이하고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대대적인 공급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값은 23주째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 고점을 넘어선 지역도 강남권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박 장관은 “단언하긴 어렵지만 8월 거래량이 7월보다 줄어 집값이 조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집값과 금리 변동에 신중한 40대 실수요자들이 30대를 제치고 매수 주체가 된 것은 심상찮아 보인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신생아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대거 풀어 가계 빚 증가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 들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70% 정도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저리의 정책 대출이다. 국토부는 시장이 과열되자 뒤늦게 디딤돌·버팀목대출의 금리를 인상했지만,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로 늘었다.
박 장관은 앞서 6월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는 발언을 했다가 국회에서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값 급등이 큰일이 아니라는 투의 발언을 쏟아냈다. 집 없는 서민은 물론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해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해선 안 될 말이다. 주택 공급 부족의 책임을 져야 할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말을 하기 전에, 집값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8·8공급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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