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개발·제작 기술이 중국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해양경찰청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LNG선은 한국 조선업이 중국의 가격·물량 공세에 따라잡히지 않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고부가가치 수출품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됐던 중국의 한국 기술 탈취 시도가 다른 기간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여서 각별한 경계심이 요구된다.
해경은 국내 조선업체에서 일하던 인력이 중국 업체로 이직하거나, 중국 업체에 컨설팅을 해주는 과정에서 LNG선 ‘화물창 기술’ 등이 흘러 나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천연가스를 저온·고압의 액체 상태로 배로 실어 나르는 데 필요한 화물창 기술은 LNG선의 안전성과 품질을 좌우한다. 글로벌 LNG선 입찰 경쟁에서 한국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중국 조선업체로선 탐날 수밖에 없는 핵심 기술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64%, 한국이 25%로 중국이 앞서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한국이 앞서던 분야에서도 중국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LNG 운반선은 355척의 수주 잔량 중 70%가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국내 3사의 몫일 정도로 독보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조선업체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력 수십 명이 중국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한국 연봉의 2배’, ‘2, 3년 고용보장 플러스 성과 시 2, 3년 추가 고용’ 등 중국 기업이 내거는 매력적인 조건에 넘어간 인력이 적지 않다. 실제로는 이직 전후 기존에 일하던 업체의 기밀 정보를 요구하고, 기술을 빼내지 못하면 ‘토사구팽’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물량에선 밀려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더 많이 만드는 게 현재 한국 조선업의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이 중국에 따라잡힌다면 조선업계 리더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미국, 일본 등 한때 글로벌 조선업을 호령했던 나라들 중에서 주도권을 일단 뺏기고 난 뒤 정상의 자리를 되찾은 전례가 없다. 친환경·자율 운항선 등 미래형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서 있는 분야의 기술과 인재를 도둑맞지 않도록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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