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총련에도 통일 언급 금지령… “우리 민족끼리”는 어디 갔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3일 23시 27분




북한이 일본 내 친북 동포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통일 활동 금지 등 13개 항목의 지시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총련에 우호적인 한국 인사조차 관계를 차단하고, 김일성 김정일의 발언일지라도 동족을 떠올리게 한다면 인용을 금지하고, 통일이나 삼천리 금수강산 같은 표현이 담긴 교가는 가사를 수정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북한은 또 총련계 고교 현대사 교과서 가운데 연방제 통일방안 등이 담긴 ‘제3편’은 빼놓고 수업할 것도 지시했다.

이번 지시는 북한이 지난해 말 꺼내 든 ‘남북은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초 한국을 “불변의 주적” “제1의 적대국”이라며 헌법에까지 명기할 것을 지시했다. 여동생 김여정은 그 이전부터 우리를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남과 북이 더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의 노선 변경에 따라 통일전선부는 이름이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바뀌었고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해체됐다. 선대의 통일 유훈이 담긴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도 철거됐다. 입만 열면 앞세우던 ‘우리 민족끼리’ 표현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아이들 이름에서 통일, 한국, 하나가 쓰였다면 개명할 것도 강요된다고 한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같은 겨레임을 확인했다는 3차례의 회담이 무색할 정도로 2019년 하노이 북-미 핵협상이 깨진 뒤론 남북관계의 단절이 가팔라진 것이다.

북한은 이후 북-미 외교를 통한 돌파구 마련 대신 세계적 신냉전 기류에 재빨리 올라타 북-러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체제 안보의 축을 바꿨다. 오랜 맹방이던 중국과 다소 소원해진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준군사동맹 관계까지 맺었다. 같은 민족을 부정하고 러시아에 기대는 김정은 정권의 생존 전략이 오래갈 수는 없다. 북한의 일방적 지시에 벌써 총련계 동포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크다고 한다. 북한 내부도 당장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위기에 몰릴수록 한반도 안보 정세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있을 무력 도발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총련#통일#김정은#신냉전#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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