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 꼼수 대신 정공법 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4일 23시 12분


박희창 경제부 차장
박희창 경제부 차장

이대로면 올해 세수(稅收)는 32조 원이 모자란다. 정부가 올해 걷힌다고 봤던 세수의 9%가 비는 셈이다. 지난해에도 세수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것보다 56조 원 넘게 부족했다. 2년째 이어지는 세수 부족은 법인세 급감 탓이 크다. 지난해 적자를 냈던 법인세 납부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에 정부는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꺼내 썼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돈을 줄였고, 환율이 급등락할 때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쌓아둔 기금에선 20조 원을 끌어다 썼다. 우체국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등으로 조성된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도 2500억 원을 꿔왔다.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잠깐씩 돈을 빌려다 쓰기도 했다. 1년 동안 117조 원을 빌려 쓰면서 낸 이자만 1500억 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 카드 중 세수 펑크가 날 때 자주 썼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없었다. 세금이 덜 걷혀 국회에서 통과됐던 예산안보다 세입이 부족하면 정부는 연도 중에 예산안을 고칠 수 있다. 추경을 통해 세수가 모자란 만큼 세입을 적게 고치고 그에 맞춰 지출도 줄이거나 지출은 그대로 두면서 적자 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꾸는 것이다.

추경보단 지자체, 교육청과의 ‘고통 분담’과 ‘기금 돌려막기’를 택한 건 오롯이 정부의 의사 결정에 따라 세수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세수가 모자라 지출을 줄이겠다고 해도, 지출은 계획대로 하면서 적자 국채를 찍어 국가채무를 늘리겠다고 해도,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금 돌려막기 등을 활용하면 세수를 메운 방법을 당장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듬해 결산이 끝난 뒤에도 분석 능력과 의지를 함께 갖춘 이가 없으면 공론화될 가능성도 작다.

처음부터 정부는 추경 편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을 하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돈을 더 풀어야 한다’며 이런저런 요구를 할 것”이라며 “세입을 고치려다 자칫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했다. 올해도 정부는 추경을 편성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통 분담과 기금 돌려막기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모자란 세수에 맞춰 정부 내부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재정 운용의 투명성은 떨어졌다. 지자체와 교육청에 미지급한 돈을 포함해 지난해 예산에서 쓰지 않은 불용액은 전년의 3.5배가 넘었다. 정부 자체 판단만으로 국회에서 논의돼 확정된 정부 지출의 7%에 해당하는 예산이 쓰이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세수 부족을 메꾸는 방법들은 여전히 깜깜이다. 세수 펑크가 2년째 계속되는 만큼 정부는 각각의 대응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세입만 적게 고치는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는데도 기금 돌려막기보다 나쁜 선택지가 되는 이유도 밝혀야 한다. 아무리 국회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이 국회에 예산 심의·의결권을 준 취지에 부합한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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