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노후에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개혁안에는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고 경제 상황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도 담겼다. 기초연금은 2026년부터 소득 하위 50% 이하를 대상으로 40만 원으로 인상한 후 2027년부터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가 ‘13%, 42%’라는 단일 모수 조정안을 낸 것은 지난해 숫자가 빠진 맹탕 개혁안을 낸 후 제기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72년으로 16년 연장된다. 정부와 여당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당 안인 ‘13%, 44%’로 합의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고갈 시점을 7, 8년 늦추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며 돌연 합의안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새로운 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고갈 시점을 30년 늦춘 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기금 소진 시점을 16년 늦추는, 그것도 기금 장기 수익률을 4.5%에서 5.5%로 끌어올려야 가능한 정부 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늦추려면 모수 조정안 ‘13%, 42%’에 더해 2036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해야 하지만 야당이 반대 입장이고 정부도 장기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50대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젊은 세대에 유리하게 차등화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세대 간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 더욱 어렵다. 청년층보다 적게 버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능력이 아닌 나이에 따라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사회보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미루면서 “모수 조정만 하는 미봉책 말고 구조개혁과 함께 하자”고 했었다. 구조개혁이란 국민연금,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직역연금을 연계해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날 내놓은 정부안엔 기초연금 인상과 사적연금인 퇴직연금 의무화 추진안만 담겨 있을 뿐 다른 공적연금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구조개혁을 이유로 21대 국회안을 걷어차더니 구조개혁엔 손도 대지 못하고 효과가 미미한 모수 조정안만 내놓았다. 그마저도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장치들을 추가해 놓아 모수 조정의 속도마저 늦출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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