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못 갚아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의 수가 2년 7개월 만에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빚이 쌓여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청년이 많다고 한다. 7월 말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6000명이다. 대출 기간이 끝난 후 3개월이 지나도 빚을 안 갚았거나, 연체 기간이 6개월이 넘는 경우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는 8% 늘었는데, 20대는 3배 빠르게 증가했다.
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많지 않은 빚 때문에 신용불량이 되는 청년이 다수라는 점이다. 신용평가회사에 단기 연체 정보가 올라 있는 20대 청년 10명 중 9명은 연체 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이다. 직장을 구해 고정 수입이 생기면 1, 2년 안에 털어낼 수 있는 빚인데도 취업이 안 되다 보니 신용불량의 늪에 빠진다. 신용유의자로 등록되면 빚의 다과에 관계없이 신용카드 사용 정지, 신용등급 하락 등 불이익을 겪게 된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소되려면 취업 사정이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등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취업했거나,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역대 최장인 평균 14개월로 작년보다 1.7개월 늘었다. 졸업 후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린 청년은 32%, 2년 이상인 경우도 20%나 된다.
청년 일자리 수도 줄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 이하 청년의 일자리는 작년 동기 대비 10만2000개 감소했다.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대기업이 35%에 불과해 양질의 일자리 공급도 부족하다. 부모의 지원을 못 받는 청년 다수는 취업 문턱을 넘기도 전에 빚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얼마 안 되는 빚에 짓눌려 위기를 맞은 청년들을 위해 정부, 금융권은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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