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내 항공사들이 일부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급유를 시작했다. SAF는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생활 폐기물 등을 활용한 대체연료 항공유다. 기존 화석연료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약 80% 줄일 수 있다. 항공업계는 가장 효과적인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라고 보고 SAF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SAF 사용으로 항공운임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SAF 가격 때문이다. 현재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3∼4배 비싸다. 원료비와 시설 투자, 연구개발 등 각종 비용 때문이다. 아직은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탓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더욱 가격이 높다.
그러나 항공 및 정유업계는 SAF가 항공운임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직은 SAF 사용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의 요청에 따라 이미 2022년부터 파리∼인천 노선에 SAF를 연간 평균 1%가량 섞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22년 대한항공이 유럽 노선에서 사용한 항공유는 1억6800만 파운드(lb)다. 당시 SAF는 파운드당 약 2.6달러였다. 2022년에 유럽에서 쓴 항공유의 2%를 SAF로 대체할 경우 115억∼280억 원의 유류비가 더 들어간다. 유류비 부담이 늘어나긴 하나,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4∼6월) 사용한 전체 유류비(1조2000억 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SAF 사용 시 단거리는 약 1000∼2000원, 인천∼파리 노선은 약 6000원 운임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AF를 사용하면 탄소배출권을 덜 사도 되기에 운임에 포함됐던 기존 비용이 상쇄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SAF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2∼7%, 2050년 이후엔 5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SAF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래엔 항공운임이 대폭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 매출 원가의 30∼40%는 유류비가 차지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항공운임이 안정화되려면 SAF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정유사들은 SAF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SAF 사용 확대를 위해 SAF 생산 투자와 SAF 가격에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국토부는 SAF로 인한 항공운임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항공사 운수권 배분 시 SAF 비용을 운임에 반영했는지 살피거나, 소비자에게 SAF 사용 실적을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식 등이다.
탄소 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친환경 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소비자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오해를 벗기 위해 정유업계는 생산 혁신을, 항공업계는 SAF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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