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증원은 내년, 인프라는 3년 뒤… 오류를 오류로 덮는 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0일 23시 30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의대 교육 여건과 전공의 수련 체계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의대 강의실, 실험·실습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고, 국립대 교수를 3년간 1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립대 병원마다 의대생 실습을 위한 임상 교육 훈련센터를 건립하고 해부용 시신도 공유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의대 증원 과속이 초래할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은 4500명으로 늘어나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의대 1학년생 3000명을 합치면 약 7500명이 한꺼번에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순조롭게 예산 확보가 되더라도 정부 계획에 따르면 신축 시설은 빨라도 2028년이 돼야 사용할 수 있다. 국립대 의대 교수도 내년엔 330명만 충원된다. 의료계는 기존 임상 및 기금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는 겸임 교수로 이동할 뿐 실제 신규 교수 충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의대 교육 여건을 따지지 않은 채 의대 정원부터 덜컥 늘리고 이를 수습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실은 6일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호응하면서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을 전제로 시설 신축이나 교수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러니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겠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7개월간 의료 공백 사태는 정부가 2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를 돌발적으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간 의정 간 협의 과정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숫자였고 의대 교육 부실을 불러올 것이 명백했지만 석 달 뒤 정부는 의대 증원분 배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이제서야 발표한 의대 교육 투자 방안은 그대로 집행해도, 집행하지 않아도 어떻게 하든 뒤탈이 나게 생겼다. 한 번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지 못하니 후속 정책들도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공의 이탈 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끌어다 돌려막기하고, 추석 응급 대란이 우려되자 진찰료, 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를 최고 3.5배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등 그야말로 땜질 처방에만 분주하다. 의대 2000명 증원에서 파생된 정책 오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의대#증원#인프라#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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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4-09-11 02:08:49

    내년 신입생 기수 운운하면서 안가르치고 따시키고 하는 정황 발견되기만 하면 해당 의대 그자리에서 지정해제시켜야한다 의전원 도입도 갖은 트집끝에 무너뜨리고 블랙리스트 만들어서 조지고 아주 가관임 이 폐쇄적인 컬트집단의 악의란 악의는 다 까부숴야함

  • 2024-09-11 03:08:04

    우짜든지 하기 싫은 놈들은 안되는 이유부터 찾는법. 다 갖추어져야 한다면 아무것도 못할 것. 동아일보가 국가시스템을 흔드는 이익집단의 입장을 잘 헤아려 사설로 대변하는 것 보니 참. 일반 노동자들의 주장이었다면 어떻게 반응 했을지~~엄청 비난했을 것 같음.

  • 2024-09-11 10:00:51

    댱신은 한국이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나요? 항상 현실은 자원과 시간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에 가장 시급한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온 우리입니다. 지난 10년간 의대증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만의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나마 용감하게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으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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