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이 18만여 명으로 21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5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시생 52만여 명 중 N수생은 16만여 명으로 2004학년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검정고시생은 2만 명을 넘어서 1995학년도 이후 최다였다. 응시생 10명 중 4명이 N수생 또는 검정고시생으로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 고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N수생이 늘어난 것은 입학 정원이 확대된 의대에 도전하려는 상위권 N수생이 증가한 것이 그 직접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의대 증원’ 변수가 발생하면서 반수생, 직장인까지 수능 응시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응시생의 추이를 보면 N수생 증가를 의대 증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단정 짓긴 어렵다.
고교 4학년, 고교 5학년이 지속해서 양산되는 데는 고교 교과 과정과 괴리돼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풀기 힘든 기형적인 수능이 있다. 상위권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 실수를 유발하도록 복잡하게 꼬아서 내다 보니 학교 수업에만 충실해선 고득점이 어려워졌다. 더욱이 수능 ‘킬러 문항’ 한두 문제로 등급이 떨어지고, 진학하는 대학이 달라지다 보니 N수를 기꺼이 감수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검정고시생은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10.5%나 급증했다. 이는 치열한 내신 시험 경쟁, 고교생 수준을 벗어난 수행 평가 등 고교 재학 중에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수능 준비를 병행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수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고 있다.
1994학년도에 도입된 수능은 당시만 해도 고교 수업을 들으면 누구나 풀 수 있도록 출제됐고 암기력보다 사고력 측정에 그 목표를 뒀다. 30년 동안 평가원이 학생 변별을 위한 난이도 조절에 치중하면서 수능은 문제 풀이 기술을 따로 배워야만 풀 수 있는 시험으로 변질됐다. ‘킬러 문항’ 배제 같은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수능 개혁이 필요한 때가 됐다. 학교를 떠나도록 부추기는 비교육적 수능으로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