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의 불법 및 특혜 의혹에 대해 12일 감사원이 감사 착수 1년 9개월 만에 늑장 결론을 내놨다. 공사 계약과 시공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있었지만 시공계약 자체는 적법했고, 특혜는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경호처 등에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감사 보고서에는 ‘촉박한 일정’이나 ‘불가피한 상황’ 등 대통령실을 변호하는 듯한 표현이 반복됐다.
하지만 감사 보고서를 뜯어보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느낌이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다.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 경호처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라면서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의 조사는 거기에서 멈췄다.
시공 업체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부실했던 것도 의문이 남는다. 21그램 측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에서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무자격 업체를 끌어들였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어 증축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1그램 측은 대통령실의 의뢰로 직접 종합건설사를 섭외해 왔는데, 이 건설사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실내건축업체에 하청을 줬다. 자격 있는 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은 없었다. 사실상 21그램을 위해 면허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런데도 감사원은 시공 업체 선정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만으론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 과정에서 김 여사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며 특혜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사 과정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무자격 업체 다수가 공사에 참여한 점은 인정했지만, 절차적 문제로만 보고 ‘기관 주의’ 조치만 내렸다. 이런 감사 결과를 근거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본질은 비켜가고 곁가지만 훑는 감사로는 국민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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