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 보안 시설인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주도한 사업자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였다. 이 업체는 무자격 업자들에 하도급을 주었고, 정부는 준공 검사 서류를 조작했다. 경호처 간부와 유착된 브로커는 방탄 창호 공사비를 빼돌렸다.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를 받은 지 1년 9개월 만에야 내놓은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공사 감사 결과는 계약, 시공, 준공 전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온갖 불법 비위 행위들이 저질러졌음을 보여준다.
대통령 관저 공사 복마전의 시작은 증축과 구조보강 공사를 하면서 인테리어 공사만 할 수 있는 업체 ‘21그램’을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것이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다. 보안상 수의계약이 불법은 아니라지만 2021년 영업이익이 1억5000만 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가 관련 면허도 없이 수십억 원짜리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낸 것은 김 여사와의 친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 업체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무면허 문제가 제기된 후 공사를 대신해줄 제주의 종합건설사를 직접 섭외하고 18개 하도급 업체를 선정했는데 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시공과 준공 과정도 불법과 의혹투성이다. 계약서를 쓰기도 전에 공사가 시작됐고, 설계도를 보고 공사하는 게 아니라 공사가 끝나면 이에 맞춰 도면을 그리는 식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주먹구구식 시공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준공 검사는 하지도 않고 관련 서류에 서명만 했다. 대통령 안전을 책임진 경호처 간부는 알고 지내던 브로커가 대통령실과 관저의 방탄 창호 공사비 20억 원 중 15억 원을 빼돌리는데도 눈감아 줬다. 공직 기강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할 정권 초기에 벌어진 일이다.
감사원은 “절차적 문제는 있었지만 계약 자체는 적법했고 특혜는 없었다”며 경호처 간부만 수사 의뢰하고 관련 부서엔 ‘주의’를, 이전 공사를 담당한 대통령실 비서관에겐 인사 자료에 기록을 남기는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고도의 보안시설 공사’가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것을 확인하고도 감사원은 ‘용산 방패막이’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엄정한 수사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고, 남은 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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